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5일] 방송언어의 순화

근자에 미국의 미디어 조사기관 닐슨이 조사한 결과 미국인은 한 달에 133시간을, 그러니까 약 5일 반나절을 TV시청에 할애한다. 이에 비해 한 달간 평균 인터넷 사용시간은 26시간에 불과하며 그중 인터넷 동영상 사용시간은 고작 2시간이다. 또 휴대폰을 통한 동영상 시청 시간은 3시간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주관한 닐슨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TV 방송이 시작된 지 70년이 지났고 PC나 휴대폰 등 경쟁 상대가 출현했지만 TV 시청 시간은 아직도 계속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시청 행태를 나타내는 자료도 있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인터넷TV(IPTV) 등 뉴미디어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매체는 여전히 TV이며 지상파보다 케이블TV의 시청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TV 시청시간은 주당 15.9시간이며 DMBㆍIPTV 등 뉴미디어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TV가 청소년들의 주이용 매체다. 특히 중ㆍ고등학생의 2006년 TV 시청은 지난 2002년 대비 2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성인들에 대한 TV 시청 조사 결과도 있다. 10명 중 9명은 여가시간에 TV를 시청한다고 보고된 것이다. 이는 물론 우리나라 근로자들 여가 생활의 폭이 좁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TV가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본다. 오늘날 TV는 우리 생활에 공기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정서를 좌우하는 것은 물론 언어생활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TV 유행어가 열풍처럼 우리 생활을 휩쓸고 간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방송언어는 기대치 이하의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약어나 국적불명의 용어가 버젓이 자막으로 등장하고 심지어 비속어가 지상파 방송에까지 넘나들고 있는 지경이다. 케이블TV도 유료방송이라는 방패막으로 언어 순화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방송시청 시간과 행태가 그들의 정서생활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제작진들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시청 가능 연령등급이 높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저급한 표현이 인간의 심성을 부지불식간에 해친다는 데 대해서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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