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이회장의 눈물

사람의 생명은 건강이 좌우한다. 체력의 펀더멘털이 좋아야 장수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절대적인 요건은 아니다. 우연한 사고에 의해 비명횡사 할 수 있고 치명적 손상을 입어 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그럭저럭 천수를 다한다하더라도 사회적 생명력은 끝나는거나 마찬가지다. 활동 반경은 위축되고 희망은 사라지게 된다. 발달한 현대의학이 재활의 길을 열어 주고 불굴의 의지가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게도 하지만 예외적인 일에 속한다. 그러나 건강이 끝내주게 좋아도 사회적 생명유지에 충분조건이 되는 건 아니다. 성공한 사람, 지위가 높아진 사람들도 하루 아침에 사회적 생명이 끊어지는 수가 있다. 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돌연한 죽음」이다. 부정이 들통나서, 사건에 휘말려서, 군중의 돌팔매를 맞아 영광의 이름은 사라지고 죄목을 단 팻말이 목에 걸릴 뿐이다. 요즘 숱한 성공자들이 그렇게 퇴출되는 시리즈를 목격하고 있다. 부정에 가담하지 않고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하며 군중의 돌팔매를 안 맞도록 처신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자들에겐「공자말씀」이다. 세속적 성공에는 무리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특히 굴지의 기업이라 일컬어지는 곳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사장· 회장 자리에 오르려면「위험한 투자」를 불사해야 한다. 바깥 세상이 불의와 불법으로 보더라도 그 세상에서는 모험으로 통한다. 한때 모그룹의 회장이 관세포탈 혐의로 관세청의 조사를 받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들이 보기에는 탈세지만 우리한테는 그게 절세요,절세.』 주가조작 사건으로 이익치 회장이 구속됐다. 금융시대의 총아로 떠올랐던 그의 명성은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범법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법원의 적부심에서 장본인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본인은 육체도 정신도 건강한데 사회적 「돌연사」를 당했다고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다. 진짜 혼자서 한 일인지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말 못할 사정도 있을 듯싶다. 세상은 진실을 털어놓으면 될 것 아니냐고 할지 몰라도 그건 그쪽 세계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용의 비늘」을 건드리면 그나마 재활도 재생도 보장받을 수 없는 게 재벌세계의 불문율이다. 여기에는 작은 예외도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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