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러시아 유통시장을 가다] <하> 한국형 백화점의 도전

슈퍼마켓서 패션·가전·푸드코트까지 총망라<br>'풀라인' 롯데플라자 시장주도 기대

러시아 최대 백화점인 굼백화점의 내부 전경. 지난 2일 한국형 서비스와 상품진열 체제를 갖춘 모스크바 롯데플라자가 개점하면서 새로운 경쟁체제에 들어갔다.

지난 1일 러시아의 심장부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 이곳에는 12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최대 백화점인 ‘굼(Gum)’이 자리하고 있다. 굼은 1886년 공산주의 체제 당시 국영백화점으로 시작해 오랜 세월을 버텨온 모스크바의 명물답게 고풍스러움이 곳곳에 묻어난다. 굼 안으로 들어가면 유리로 된 높은 천장과 아치형 통로, 샹들리에 등이 마치 중세의 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층은 까르띠에, 오메가 등 전세계 명품 매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2층과 3층에는 각각 패션과 잡화매장이 입점해있다. 붉은광장에서 볼쇼이극장 방향으로 걷다 보면 1906년에 지어진 러시아 최고급 명품백화점인 ‘쭘(TsUM)’이 나타난다.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쭘 백화점은 1~2년 전부터 기존의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에서 벗어나 탁 트인 시야에 여러 상품이 한 눈에 들어오는 ‘원스톱(One-Stop)’ 쇼핑공간으로 탈바꿈을 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과 예술성으로 무장한 러시아 백화점 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부터 패션, 가전, 푸드코트까지 전 품목을 총망라한 러시아 최초의 ‘풀 라인(Full-line) 백화점’인 롯데플라자가 지난 2일 러시아 백화점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롯데플라자는 기존의 모스크바 백화점과 달리 지상 7층 규모의 초현대식 건물에 층별로 제품 구성을 달리하는 전형적인 한국형 매장구성 방식을 적용하고 스카이라운지, 비즈니스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과 우수고객을 위한 MVG(Most Valuable Guest) 회원제 및 무료주차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는 이를 위해 2차례에 걸쳐 사내 서비스 강사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백화점 판매사원 등 400여명을 대상으로 직원 서비스 교육을 단행했다. 이 같은 롯데플라자의 등장으로 250조원 규모의 러시아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한 백화점시장의 파이가 커질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 소매시장은 재래시장이 48%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전문점(19%), 쇼핑몰(19%), 슈퍼(8%), 백화점(3%), 할인점(3%) 순으로 이뤄져 있다. 아직까지 백화점 유통은 걸음마 수준인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롯데의 모스크바점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파급효과가 막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명품은 물론 준명품과 중저가브랜드를 폭넓게 구비한 색다른 상품기획(MD)와 주차도우미, 친절한 판매사원 등 러시아인들에게 생소한 동양식 서비스는 최고급 쇼핑센터를 갈망하던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이미 쭘 백화점은 롯데플라자 오픈을 대비해 매장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상태며 다양한 상품을 수직적으로 구성하는 ‘한국형 MD’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플라자가 성공을 거둘 경우 다른 나라의 대형 백화점 체인들도 앞 다퉈 모스크바에 출점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은 “모스크바 백화점의 흐름은 이제 한국형 백화점이 주도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