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본제철의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은 국내 조선업체들의 원가경쟁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조선산업의 호황으로 뒤늦게 조선산업에 뛰어든 신생 조선업체들의 경우 벌크선 등 중국과 직접 경쟁을 해야 하는 선종을 생산하는 만큼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은 후판 가격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 올해 건조해 인수되는 선박들이 대부분 지난 2004년 후판 가격을 기준으로 선가를 산정했다. 후판 가격 추가인상분은 고스란히 조선업체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국내 철강업체인 포스코와 동국제강의 후판 가격은 2004년 초 대비 각각 34.8%, 57.6% 올랐고 신일본제철의 후판 가격은 무려 83.2%나 인상됐다.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환율 등의 변동요인은 선박의 가격을 연동시킬 수 있지만 후판 가격은 계약 당시 가격이 고정된다”며 “신일철의 후판 가격 인상 이후 포스코도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매출원가의 경우 2006년 10조9,734억원에서 올해 13조3,428억원, 2008년 14조5,765억원, 2009년 16조3,95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후판 가격 인상이 당장 대형 조선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낙 수주물량이 급증하며 매출액이 커지고 있는데다 컨테이너ㆍLNG 등 고부가가치 선박뿐 아니라 부유식원유생산저장설비(FPSO) 등 해양플랜트 설비로 사업 영역이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판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부담은 한국 조선을 바짝 쫓아오는 중국 경쟁업체들에 추격의 빌미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후판의 만성적인 공급부족은 조선용 후판 가격이 상승추세를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조선용 후판의 수급은 올해 752만톤이 필요하지만 공급은 410만톤에 불과하다. 250만톤을 일본ㆍ중국으로부터 수입해도 90만톤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내년에도 이어져 2008년 368만톤, 2009년 400만톤, 2010년에는 367만톤, 2011년에는 373만톤이 각각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철강업체들이 잇따라 후판 설비 증설에 나서는 것이 그나마 숨통을 틔우고 있다. 포스코가 지난달 1조7,910억원을 투자해 광양에 제강공장을 포함한 연산 200만톤 규모의 후판공장 증설을 결정하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2010년 7월 신규 후판공장을 가동하며 설비 합리화에 따른 110만톤의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총 700만톤의 후판 생산능력을 보유할 예정이다. 포스코에 앞서 동국제강이 연산 150만톤, 현대제철이 연산 200만톤의 신규 후판 설비를 건설 중이다. 한국조선협회의 한 관계자는 “2011년이면 국내 후판 공급량이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게 되지만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공급부족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도 중국의 선박건조능력이 올해 700만CGT에서 1,200만CGT까지 늘어나는 등 수요가 확대되며 상승추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