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식 금융 4강 체제의 완성이냐, 스페인식 양강 체제로의 디딤돌이냐’
국내 금융시장에서 지난 1996년의 신한ㆍ조흥은행 합병 이후 약 5년만에 제 2의 빅뱅이 시작됐다. 하나금융지주가 24일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면 KBㆍ우리ㆍ신한금융지주와 대등하게 내수시장을 할거하는 진정한 4강 시대가 열리게 된다.
금융계에선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우리지주 매각, 산업은행ㆍ기업은행 민영화 작업이 맞물려 들어가면 금융시장은 대격랑에 빠져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금융사의 체질을 환골탈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비해 양적ㆍ질적으로 다각화하는 차별화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하나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산이 선발 3개 금융지주와 비등하게 돼 더 이상 규모의 경쟁력만으로는 시장의 지배력을 자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공식화한 ‘선(先)내실화-후(後) 메가뱅크론’의 고삐를 한층 더 조일 예정이며 신한지주는 ‘글로벌 시장 선점, 투자상업은행(CIB) 모델 ’을 조준점으로 삼아 중장기 비전을 실천하기로 했다.
KB지주의 핵심 관계자는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는 단기적으로는 (호주식) 4강 격돌을 예고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스페인과 같이 양대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체제로 재편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이를 위해선 각 지주사들이 먼저 내실을 다져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우리지주는 지분 분산매각을 통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로 성장의 기반을 축적하기 위한 잰걸음을 걷고 있다. 산은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를 통한 소매금융기반 확충의 기회를 놓쳤지만 향후 추가적인 인수ㆍ합병(M&A)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융 4강 체제를 앞으로 또 다시 재편할 변수로 꼽히고 있다.
하나지주 역시 4강 체제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 임원은 “크고 작은 수 차례의 M&A를 거쳐 세계 10대 은행의 반열에 오른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의 사업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며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4강에 진입한 것은 하나의 과정일 뿐 경영전략의 완성이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