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운영자금도 모자라는데…” 기업매기 실종/공구판매상 ‘개점휴업’

◎상가권리금 폭락… 원매자도 없어전국 1만여 공구판매업계가 최근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비틀대고 있다. 공구판매의 메카인 서울 청계천 공구판매상가는 올들어 매기가 부진한데다 IMF한파가 몰아치면서 아예 개점휴업 상태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청계천 공구판매상(수도권 3천개 포함 전국 1만여개)들은 다이아몬드·절삭·수공구, 산업및 공작기계, 기계부품 등 수십만가지의 산업용 중간재를 취급하며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들 청계천 공구상가는 극심한 판매부진에다가 거래업체의 부도 속출로 부실채권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종래에는 3개월짜리 결제어음이 보통이었으나 지금은 4∼6개월짜리가 일반적이다. 그나마 은행창구에서 할인이 안돼 애로가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금거래의 경우 큰 폭의 할인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덤핑판매도 성행하는 실정이다. 특히 공구상인들은 공구의 국산화율이 30∼40%에 불과해 일본·독일·미국 등에 많이 의존했으나 달러화 가치가 폭등하면서 지난 11월부터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공구시장은 연간 1조5천억원 규모로 이중 외제가 60∼70%를 차지하고 있어 이런 추세로 간다면 수입물품을 많이 취급하는 업체를 시발로 공구판매상들의 도산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이럴 경우 각종 기계공구를 사용하는 공장들의 정상가동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업들이 당장 운영자금 조달도 못해 줄줄이 쓰러지는 판인데 신규로 공구를 구매하려고 하겠어요. 다만 대선이 끝나면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지요.』 한국기계공구상연합회 오치경회장은 이어 『워낙 장사가 안되다 보니 상가 권리금이 기존 7천∼8천만원 수준에서 2천∼3천만원으로 뚝 떨어졌다』며 『그럼에도 많은 업체가 가게를 내놓고 있으나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숨을 쉬었다. 『건국이래 최대의 불황입니다. 70년대 오일쇼크는 지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빨리 경기가 풀려야 할 텐데 큰 일입니다.』 청계천에서 국산만을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한 대광기기 이일기사장은 판매부진이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을 한참 넘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청계천 공구상가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구로·안양·시흥·안산·부평·인천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공구상가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문을 연 구로중앙기계부품단지에는 현재까지 1년이 넘도록 입주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데 빨리 경기가 회복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구로동에 입주해 있는 한 판매상의 말은 공구판매업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웅변하고 있었다.<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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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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