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파퓰러사이언스 3월호] 다시 불붙는 세계 `마천루` 경쟁

9ㆍ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면서 주춤했던 초고층 건물 건설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세계무역센터가 사라진 자리에 세계 최고의 타워와 건축물을 세우려는 계획을 비롯한 여러가지 제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에서만 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올해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타워가 세계 최고의 마천루라는 `왕관`을 타이완에 넘겨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영광도 2010년께는 다시 중국 상하이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 왕관의 주인공은 홍콩, 서울, 도쿄 등이 후보로 올라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어디며 인간은 왜 이런 경쟁을 할까, 얼마나 높이 지을 수 있으며 그 한계는 어디일까.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가 현재 최고=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가 445m로 시어스타워(435m)를 제치고 세계 1위다. 그러나 여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시어스타워 꼭대기층 사람들이 페트로나스타워 꼭대기층 입주자들 보다 높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 건축물의 높이는 지표면에서 건물의 건축학상 꼭대기까지 측정한 수치다. 마스트나 안테나는 높이 측정에서 제외되지만 페트로나스타워 꼭대기에 얹힌 것과 같은 뾰족한 뚜껑은 포함된다. 특정 부위가 디자인의 핵심적 요소라면 당연히 높이 측정에 반영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페트로나스타워도 2004년이면 타이페이 금융센터에게 왕관을 양보해야 한다. 2004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말 외벽공사를 끝내는 타이페이 금융센터는 101층으로 높이가 500m이기 때문이다. ◇높이는 기술력, 자신감의 상징= 인간은 왜 이런 경쟁을 할까. 거대하고 훌륭하게 치솟은 건물 만큼 과시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에릭 호울러 콴 페더슨 폭스 어소시에이츠 건축가는 “높이는 기술력의 상징으로 문화적 열망과 연계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07년 완공예정인 홍콩의 108층짜리 건물인 `유니언 스퀘어`의 설계를 맡고 있다. 이미 세사르 펠리가 설계한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는 고층 건물의 설계와 시공이 아시아인들의 열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해 줬다. 로켓 모양의 두 콘크리트 빌딩을 독특한 구름다리로 연결해 싱가포르 반도와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멋지게 표현했다. 빌딩 덕에 말레이시아의 존재가 더욱 부각됐다는 것이다. ◇1Km 높이의 건축물도 당장 가능= 건축물의 높이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대답은 무제한이다. 현대 건축물은 고강도 강철과 콘크리트 재료로 된 뼈대에 얇은 커튼이 드리워진 것과 같다. 세계적 건축시공회사인 아럽의 홍콩지사장 크레이그 기본스는 “지금 당장이라도 1㎞ 높이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200층 아니 300층짜리 건물이라도 문제없다. 훨씬 경량화된 고강도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풍압, 지진 등에 을 고려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스톤의 존 행콕 타워는 기름덩어리 위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시드니의 취플리 타워는 철사들에 매달린 거대한 콘크리트 가, 현재 건설중인 타이페이 금융센터는 지름 5m에 무게가 800톤인 구슬이 92층에 매달려 식당 손님들이 보는 가운데 풍력이나 지진력을 각각 흡수한다. ◇크레인, 승강기, 채산성, 화재등이 문제= 당장 문제는 점점 크고 무거워지는 건축자재들을 건물 고층부까지 운반하는 크레인과 건설용 승강기 기술의 한계다. 채산성도 문제다. 80층이 넘어가면 엘리베이터와 같은 수직동선이 차지하는 면적 대비 임대공간 비율이 채산성을 깎아 먹는다. 그러나 이것도 최근에는 해결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상하이의 진 마오 타워는 이미 초당 9m로 움직이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엘리베이터 속도를 높이면 엘리베이터 승강구 수를 줄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채산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또 복층형 엘리베이터를 사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도 있다. 바람이나 지진 보다 더 까다로운 문제가 화재다.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린 것도 충격이 아니라 화재다. 홍콩의 건물들은 25층 마다 1개층을 대피층으로 지정, 비워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건물의 높이는 인간이 결정= 하지만 누가 높이가 1Km나 되는 건물에 살려고 할까. 미국 일리노이대 건축학 교수인 미르 엠 알리는 “마천루는 인간을 밀폐된 공간으로 국한시키고 구름에 가려 경치도 감상할 수 없게 한다”며 “21세기에 현실적으로 인간이 수용가능한 건물의 최고 높이는 150층 또는 600m 정도”라고 말했다. <정리=조충제기자 c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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