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모르는 대박산업] '투기산업' 이젠 어엿한 '레저'로

'투기산업' 이젠 어엿한 '레저'로연인·가족단위등 이용층 확산… 경마등 작년 6조 7천억 몰려 우리나라의 경기가 여전히 어려운 가운데서도 경마와 경륜, 카지노, 복권을 비롯한 이른바 '사행산업(Luck Business)'은 밀려드는 고객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경마와 카지노 등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만 모두 6조7,000억원의 돈이 몰렸다. 여기에 불법도박장소인 '하우스'와 성인 오락실, 해외 카지노 등까지 합칠 경우 사행산업의 매출규모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박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경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지난 98년 2조 2,771억원이던 마사회의 매출은 99년 3조1,793억, 지난해 4조2,648억원을 기록해 연평균 17.4%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지난 상반기에만 매출이 2조6,173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8%가 늘었다. 이대로 가면 연말에는 5조 2,000억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입장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98년 한해동안 956만5,618명이던 경마장 입장객은 99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에는 1,155만4,803명을 기록했다. 올들어서도 지난 3월4일 14만3,000명이 몰려 하루 중 가장 많은 입장객수를 보인데 이어 5월6일에는 16만8,000명으로 연일 신기록행진을 세우고 있다. 경륜도 밀려드는 고객들로 호황을 누리기는 마찬가지다. 경륜을 찾는 고객들은 지난 99년 340만7,966명에서 지난해 354만3,765명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매출액도 지난해 1조2,243억3,900만원을 기록해 1년 전(5,955억8,300만원)보다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정선 폐광지역에 들어선 강원랜드 카지노장은 이용객들이 너무 몰려 선착순으로 입장을 시킬 정도다. 지난해 10월말 문을 연 이후 두 달 동안에 무려 24만9,349명이 몰려 9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런 성장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상반기에만 41만 명이 찾아 2,246억원의 매출액에 1,1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스몰카지노를 대상으로 한 결과여서 내년 말 현재 시설보다 3~4배가 큰 메인카지노가 들어서면 연간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서는 황금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복권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지난 69년 주택복권을 선보인 이후 우리나라의 복권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나게 커졌다. 현재 국내에는 주택은행을 비롯해 국민체육진흥공단, 과학문화재단 등 8개 기관에서 14종의 복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시장 규모도 98년 3,213억원에서 99년 3,856억원, 지난해 5,389억원으로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올 7월말과 8월초에 잇달아 터진 대박 소식으로 복권열풍이 일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시장 규모는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대박산업'이 이처럼 급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투기산업'이란 오명을 벗고 어엿한 레저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용객의 연령층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30~50대의 중장년층이 주로 찾던 경륜장과 경마장은 이제 젊은 연인이나 가족단위의 입장객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경마장의 마권구매 성향이 소액위주로 바뀌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올 상반기 마권구매 실태를 보면 1만원이하의 소액이 전체의 57%를 차지했고 1만~3만원이 24.4%에 달해 경마가 가족중심의 건전레저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경제난에 따른 대박 심리도 사행산업이 커지는 한 요인인 것만은 사실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탕'을 노리고 경마장이나 경륜장을 찾는 서민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경마나 경륜 등이 건전한 레저로 당당하게 자리잡은 데다 내년부터 주5일 근무제가 도입돼 휴일이 늘어나면 대박 산업의 규모는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취재반 오철수기자 최석영기자 김정곤기자 안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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