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이 또 올랐다구요? 허허, 정말 웃기네 웃겨….”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 집을 보러 나온 중년 여성이 할 말을 잃었다는 듯 쓴웃음을 짓는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60평형의 호가가 일주일 새 무려 2억원이나 치솟아 최고 32억원을 부른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다. 이 업소 사장은 “호가가 매일마다 올라요. 파시겠느냐고 집 주인에게 전화해보면 그 가격에는 팔지 않겠대요. 계약까지 마친 것도 위약금 물고 해약하는 경우도 여럿이에요”라며 자신도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강남은 요즘 아파트 호가 올리기 경쟁이 한창이다.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건만 오른 가격에도 거래는 한두 건씩 이어지고 거래가 됐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져 호가는 또 오른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주에 비해 1.75% 올랐다. 재건축 아파트가 2.08%나 상승했고 일반 아파트 상승률도 1.62%로 재건축에 못지않았다. 급기야 개포동 일대 중개업소들은 21일 최근 아파트값이 이상 급등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일주일간 집단 휴업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으로 투기적 가수요는 상당 부분 제거됐다지만 강남 재건축과 중대형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는 여전히 많다. 중소형 아파트는 자녀 교육 문제, 중대형은 지역 내 갈아타기 수요가 대부분이다. 정부도 최근 “실수요에 의한 가격상승”이라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요즘은 투자 목적은 거의 없어요. 이 근처에 집 사겠다고 문의하는 분들은 대부분 실제 들어와 살겠다는 거죠. 그런데 수십억원짜리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을 실수요자라고 하는 건 좀 어폐가 있지 않나요.” (대치동 S공인 관계자) “너무 많이 올라서 그렇지 매수세가 있으니까 오르는 거죠. 특별한 악재도 없고 앞으로도 꾸준히 오를 것 같네요.” (도곡동 W공인 관계자) 최근 몇 주간 강남의 주요 단지, 특히 중대형 아파트는 매물이 거의 증발해버린 상태다. 대부분은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팔기를 꺼리고 간간히 나오는 매물도 적극적인 매도 의사가 있다기보다는 시장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호가용 매물이다.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인근 I부동산 관계자는 “매물이 없어 최근 한달간 매매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집 주인들도 매물이 귀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다 평당 5,000만원 얘기가 언론에 나오면서 더 받아야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 인근 E공인 관계자도 “매물도 없이 급등하는 호가를 따라가지 못해 전반적으로 매수 문의가 끊겼다”며 “주변 주요단지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있어 더 오르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수세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집 주인들의 호가 올리기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도곡동 도곡렉슬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매수자가 한두 명만 나와도 수십여개 부동산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때문에 집 주인은 ‘수요가 많구나’라는 착각을 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오르는 호가에 매수세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자 상당수 강남 중개업소 사이에서는 강남 아파트값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달간 2억원 이상 올라 12억원선에 육박한 대치동 청실 35평형의 경우 22일 호가를 3,000만원 떨어뜨린 매물이 나왔다. 지난달 입주 후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던 도곡렉슬 역시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 D공인 관계자는 “33평형 기준으로 매도ㆍ매수 희망가격이 2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져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며 “며칠 새 매수문의가 거의 없어 조정을 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