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간의 경제학

올해 노벨상 수상에 감춰진 반란(反亂). 그 첫번째 주체는 다나카 고이치 일본 시마즈 제작소 주임이다. 박사 중의 박사 몫임이 당연한 것 같던 노벨 화학상을 '일개' 학사 출신이 거머쥐었다. 근사한 이론이 아닌 손때 묻은 실험 부문에서다. 두번째 사건의 진원지는 경제학. 학문적 보수성이 유별난 이 분야 수상자는 경제와 심리학을 접목시킨 비(非)경제학자 출신의 다니엘 카네만 미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다. 상아탑 속 이론으로 박제화돼가던 인류 최고의 상에 사람의 숨소리가 스며들었다. 인간으로의 근접, 그게 바로 올해 노벨상 수상에 담긴 진보적 의미다. 삶과 떨어진 이론의 틀은 인간의 이성, 그 메마른 로직(logic)을 뼈대로 한 많은 서구식, 그리고 제도권 학문의 골 깊은 한계이기도 하다. 르네상스 이후 근대문명을 일으킨 서양 학문의 근거는 인간의 이성이었다. 그리고 그 이성의 강력한 무기, 이른바 계량화의 함정에 깊숙이 빠져든 것은 이학(理學), 사회과학 쪽에서는 경제학이 앞선 순위다. 딱딱한 얘기로 이어지지만 논의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경제ㆍ경제 현상에 대한 계량적 예측의 단선(單線)성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최근 경기 흐름에서 기존 경제 이론과 부합되지 않는 부문이 적지 않음은 이미 경제 학자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다. 지난 90년대 미국의 호황시절, 경제 교과서에 없는 고성장ㆍ저물가의 공존 패턴이 그러했고 '효율적 시장 가설' 등 시장 이론들의 경우도 실제 흐름과 맞지 않음이 그 사례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바로 올 세계경제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였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각종 지표를 놓고 경제 전문가들간 지루한 경기 논쟁이 펼쳐지는 동안 정작 시장을 요동치게 한 것은 정치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말 한마디였다. 세계 경제계의 '대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말은 현저하게 '약발'이 떨어졌고 시장의 촉각은 오히려 경제 외적 요인, 이를테면 백악관 주변 공화당 정치인들의 행보에 쏠렸다. 올 한해 경기불황의 뿌리를 90년대 정보기술(IT) 거품의 제거, 즉 경제 순환적 과정으로 보는 시각은 큰 테두리로서 물론 그르지 않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시장은 9ㆍ11테러 등의 돌발적 국제질서, 그리고 거기에 맞물린 개인과 집단의 심상(心狀)ㆍ정체(正體)가 엮어낸 복잡ㆍ미묘한 문제들로 큰 줄거리를 이뤘다. 테러 심리가 주식 시장을 뒤흔들고 월드컵 등 스포츠와 대중문화가 마케팅의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경제의 메가트렌드를 바꿔버리는 강력한 동인(動因)으로 떠올랐다. 경제가 여러 요인들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최근 새로 생긴 정황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 같은 추세가 보다 다양한 문화 발전과 함께 광속의 카오스(Chaos)적 패턴으로 가속도를 내고 있는 사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것은 경제학이 정치ㆍ문화, 그리고 인간심리의 한복판까지 더 깊숙이 파고들어 자신 바깥의 요소들과 보다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할 당위이기도 하다. 규격화의 틀을 깨고 인간의 정서와 문화 양태 전반을 포괄하는 경제학-우리가 새로 구축해야 할 바로 21세기형 경제학 모델이다. 다사다난(多事多難)으로 늘 표현되는 한해. 그 말미에 서서 추정해보는 전운(戰雲) 감도는 내년도 세계경제의 모습. 계수에 밝은 통계학자들보다 백악관 심층부의 기류를 꿰뚫어 보는 동물적 감각의 '정치꾼'들이 경기 예측의 정답에 더 가까이 설지도 모를 일이다. 경제도 세상사(世上事)다. /홍현종<국제부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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