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는 25일 이틀째 회의를 열고 앞으로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고 나갈 핵심 산업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3ㆍ4ㆍ5 세션을 통해 각각 주력기간산업, 미래유망산업,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에 대한 주제발표 및 토론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 같은 차세대 성장산업을 키우려면 `선택과 집중`원칙에 따라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국제간 협력이나 아웃소싱을 활용할 것을 권유했다.
◇제3세션 : 주력기간산업
장석인 산업연구원 지식산업실장
차세대 성장동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비교 우위를 확보한 주력 기간산업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기간산업은 구조조정 압력, 후발국 추격, 대립적 노사관계 등으로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간산업에 BT, IT, NT 등 신기술을 접목해 제품을 차별화하고 고급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기계플랜트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분야별로 생산공정 혁신과 차별화된 원천기술, 핵심기술, 선진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강화 등이 요구된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유망품목을 개발, 세계시장을 선점할 경우 연평균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5%로 가정하면 향후 10년간 부가가치 114조원, 수출 1,218억달러, 고용창출 154만명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루드비히 발쯔 독일 가솔린시스템 사장
가솔린, 디젤 등 기존 자동차 엔진이 당분간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일본과 한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오는 2010년부터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디젤엔진의 경우 시스템 최적화를 통해 소음과 매연배출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는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승용차 내부에 전자기계시스템이 보다 많이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비싼 센서나 마이크로전자제품을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어 승용차 평균가격도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이밖에 자동차 원격조정과 통신 시스템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무선인터넷 시스템인 텔레매틱스의 발전도 수반될 전망이다.
유지 후루카와 일본 동경농공대학장
소니, 캐논 등 일본 제조업계의 선두주자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생산, 제품 소형화 및 지능화 등을 통해 기존 제품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였다. 하지만 한국 제조업체들의 경우 일본과는 달리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이 낮다. 한국 제조업체들은 기존의 중형 및 대형제품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면 제품의 차별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제조업체들은 급속한 기술발전에 대응해 `과학과 기술`을 강조하는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조업 관련 교육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교과과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MBA 프로그램도 기술경영(MOTㆍManagemnet of Technology)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정부도 기술경영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제4세션: 미래유망산업
서경학 전자부품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미래 유망산업 분야의 성장동력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고 주력산업과 미래기술을 융합한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디지털분야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기술은 바이오산업, 항공우주산업 등의 기반이 되고 바이오기술은 환경 에너지산업 발전의 토대가 된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경쟁 우위를 지키는 가운데 다른 분야와의 융합, 복합화가 진행되는 산업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디지털 전자산업은 홈네트워크, 헬스케어, 텔레매틱스, 인텔리전트 반도체 등을 주력 품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바이오산업은 디지털산업과 결합한 바이오칩, 유전자 치료제 개발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2012년까지 디지털 가전은 세계 3위, 반도체는 1위, 항공우주는 8위권의 시장점유율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한스-귄터 가센 독일 다름슈타트 공대 교수
바이오 기술은 생활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부문이다. 의료, 식량, 자연보호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생명공학의 중요성은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이 생명공학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강점 분야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발효식품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적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에 대해서는 선진국과의 기술제휴나 교육, 아웃소싱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건강 관련 분야에서는 치료의약보다는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치매방지제품 등의 시장가치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도 이 같은 분야 가운데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는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디프 티와리 코넬대학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
나노(Nano) 기술은 물리학적 세계와 생물학적 세계를 연결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따라서 나노기술을 이용하면 소재, 의약, 전자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우리가 극복하지 못했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나노기술은 미래 성장산업을 육성하는데 필수적이다. 나노기술은
▲보건과학
▲소재
▲화학
▲물리학
▲전자 등 여러 분야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우선 보건과학 분야에서는 성장을 제약하는 환경규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질병 치료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전자산업도 나노기술에 힘입어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적은 양의 전력을 이용해 대량의 통신이 가능해질 수 있고 정보처리 능력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제5세션:지식기반서비스산업
구문모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실장
한국경제는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균형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지식기반산업이 성장동력이 되면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잉여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경제적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의 경우 유통과 물류, 비즈니스서비스, 전자상거래, 디자인 등이 제조업 경쟁력제고와 고용창출 등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과 물류에서는 할인점 무점포 판매, 제3자 물류 등의 신업태를 활성화하는 기반을 구축하고 정보화, 대형화, 전문화를 추진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산업 전체의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비즈니스서비스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는 혁신과 외국인투자를 가로막는 관행 및 제도 개선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355조원의 부가가치 창출과 77만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로버트 위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교수
정보산업은 조달ㆍ경영ㆍ마케팅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정보전달 과정에서의 비용을 줄여준다. 또 재고나 과잉 공급되고 있는 상품의 가치하락을 최소화하며 기업들의 서비스 노하우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정보산업을 기반으로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거래 및 기업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선결 조건이다. 따라서 투명성 확보에 적합한 기업문화를 확립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는 정보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기업의 경쟁을 장려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정보산업의 개혁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또 새로운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정보산업 발전을 위한 시스템 확립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국제적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를 적극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금룡 ㈜이니시스 대표
정보기반 서비스는 디자인, 기술, 정보와 같은 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활용하면 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대규모 할인매장 등장, 편의점의 슈퍼마켓시장 잠식,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의 활성화, 물류산업 부상 등이 이런 흐름을 나타낸다.
현재 한국 디지털산업은 경쟁력의 원천을 비용절감에서 디지털 프로세스로 전환하고 있다. 또 구매, 생산, 판매분야에서의 전자화를 통해 디지털기업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비즈니스도 탄생하고 있다. 포털, e-상업, e-학습, 게임산업 등이 그것이다. 제조업이 정보기반 서비스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간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 상호협조, 조언 등을 통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정리=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