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쟁ㆍ사스 피해 줄이기

이라크 전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고,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도 큰 고비를 넘긴 듯하지만 우리는 아직껏 긴장의 고삐를 놓지 못하고 있다. 우선 바그다드가 함락됐다 해도 후세인의 행방이 아직 묘연할 뿐만 아니라, 전후 복구를 둘러싼 강대국간의 대립이 쉽게 풀릴 것 같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전후 복구사업에 대해서는 미국이 거의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있어 심지어 연합군으로 참여해 피를 같이 흘린 영국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판국에 비록 어렵사리 국회동의를 거쳐 파병을 결정하였다고 해도 이미 전쟁의 승패가 확연히 갈라진 상황에서 파병을 하게 되는 우리가 얼마나 나름의 기여도를 주장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사스도 천만다행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 발병하지 않았지만 이미 직간접적인 피해는 오히려 이라크전쟁보다도 더 크고 광범위하게 닥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며칠전 중국에서 입국한 여성이 유사 증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기여도가 70%에 달하는 데에 연유한다. 우리는 우리 생활과 수출에 필요한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고, 그 대가를 치르기 위해서는 수입해 들여온 원자재를 사용해 만든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아야만 하는 것이다.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의 급등으로 인한 수입 증가로 최근 3개월간 연속해서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이처럼 우리 경제가 무역에 크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페달을 계속해서 밟지 않으면 쓰러지듯 우리 경제도 무역이라는 힘을 이용해 끌어당기지 않으면 삶의 질의 향상이건, 고용 창출이건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만 하더라도 비록 중동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수출상담이 그치고 선적이 보류되면서 그동안 6,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출 차질이 발생하였고, 곧 이어 사스가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으로 확산되면서 개별적인 해외마케팅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며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각종 박람회도 상당수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이로 인한 수출 차질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 전쟁과 사스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무역이 가지는 한계를 알게 되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상담활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무역상담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젨? 그러나 궁즉통(窮卽通)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이에 대한 대안을 전자상거래(e-Commerce)에서 찾을 수 있다. 홍콩의 경우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인터넷 뱅킹 거래가 3,40% 증가하였고, 야후 쇼핑도 최근 매상고가 30%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결국 직접 매장을 찾아 대중에 노출되는 위험을 피하려다 보니 인터넷을 통해 구매를 하는 전자상거래가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미래의 상거래 방식으로 자리를 잡을 것임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지만,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서 이를 좀더 앞당기는 계기를 삼게 되었다. 또한 사스의 감염 확대로 인해 나쁜 영향을 받은 업종도 있지만, 의료 건강용품, 가사보조용품, 비누 및 세제류, 비디오 대여, 신문 잡지 서적 등의 경우는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발표한 최근 모건 스탠리의 조사보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결국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미래의 시장을 우리가 선점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앞선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자상거래를 활용하여 사이버 무역을 강화하는 것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기의 상황에서도 이에 맞는 상품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류는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고,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고광석(한국무역협회 회원사업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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