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올 주총 최대 화두는 "경영권 방어"

외국인 경영참여 신고 기업 109개사 달해<br>기관투자가도 대표 선임등 경영간섭 본격화<br>기업마다 우호세력 만들기등 초비상 상태<br>"정상적 기업활동 차질 우려"


칼 아이칸의 KT&G 공격을 계기로 경영권 방어 문제가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올해 정기 주총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이 경영참여 목적으로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상장기업이 109개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 기업으로서는 외국인의 주총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또 지난해 이후 막대한 지분을 쓸어모은 기관투자가들도 배당, 주가 부양은 물론 대표이사(CEO) 선임 등에 대해 경영참여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련 기업들마다 우호세력 만들기, 황금낙하산 도입 등 경영권 방어책 마련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상당수 기업들이 외국인투자가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상장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은 267명으로 유가증권시장 218개사, 코스닥시장 232개사 등 모두 450개사에 달했다. 이 가운데 경영권을 목적으로 지분을 5% 이상 확보하고 있는 외국인은 82명으로 유가증권시장 60개사, 코스닥시장 49개사 등 모두 109개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언제든지 KT&G와 비슷한 경영권 위협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 같은 위협은 갈수록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룰에 대한 외국인의 보고 건수는 지난 2002년 810건에서 2005년에는 2,513건으로 3배를 넘어섰고 비중도 12.7%에서 24.6%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은 ▦우호기업간 지분맞교환 ▦자사주, 우호세력에 매각 ▦외국인에 대한 지속적인 IR ▦황금낙하산제 도입 추진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일 KCC와 현대중공업 계열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서로 지분을 교환해 경영안정성을 높였고 지난달 넥센타이어 모기업인 넥센이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했다. 또 두산은 올 3월 주총에서 외국인을 CEO로 임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우호지분 확보가 어렵고 적대적 M&A에 쉽게 노출되는 중소기업들은 퇴직금 액수를 높게 책정해 경영진 교체를 어렵게 하는 황금낙하산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참여연대가 올해 대기업 주총에 불참할 것을 선언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올해 주총이 조용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의 체감 위기감은 정반대”라며 “오히려 경영권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시가총액 10위권 기업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등의 경영권 간섭은 연중 행사가 됐다”며 “유사시를 대비해 자사주 매입과 고배당 등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템플턴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평소 기업지배구조펀드에 편입된 기업들에게 컨설팅을 실시하는 한편 배당확대, 유휴자산 매각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지난해 적립식 펀드 열풍 이후 큰 손으로 떠오른 국내 기관들의 세력과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2006년은 기관의 경영간섭 원년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투신ㆍ미래에셋 등 운용사들은 이미 그동안의 ‘거수기’ 기능에서 벗어나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상백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50여 주요 투자기업에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오는 17일까지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라며 “기업들도 이제는 직접 찾아와 사업계획을 자세히 설명하는 등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외국인들과 기관들의 경영 간섭이 늘면서 주주 눈치보기는 기업들의 일상이 된 상황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금액은 모두 4조8,392억원으로 지난 2004년(5조9,791억원) 이후 2년간 1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기업들간의 경영권 분쟁도 치열하다. 신호제지 최대주주인 국일제지가 현 경영진의 퇴임을 위한 임시 주총을 다음달 20일 열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림통상도 오는 28일 숙질간 경영권 표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한국신용정보도 기존 경영진과 최대주주간 경영권 분쟁으로 임시주총 소집을 위한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는 3월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정관 변경을 시도하는 기업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해 디지털조선일보ㆍ서희건설 등이 경영진 교체 등의 의결 요건을 강화한 ‘초다수의결제’, 비아이엔텍ㆍ베넥스ㆍ큐앤에스 등이 황금낙하산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한국슈넬제약 등이 황금낙하산제도 도입을 시도했다가 주주들의 반격으로 포기한 바 있다. 문제는 이처럼 경영권 방어에 치중할 경우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조금 과장하면 현재 상당수 기업들의 1순위 현안은 주총 준비”라며 “구체적인 올해 사업 준비는 주총이후 미룬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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