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FTA 협상문 공개보다 전문가 검증이 중요

정부가 이르면 다음주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문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 타결 이후 개괄적인 내용이 공개됐으나 국회 FTA특위 등이 협상 원문의 공개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협정문을 확정한 뒤 오는 5월 중순께 공개할 계획이었다. 일부에서 독소조항 합의 의혹이 제기되고 차별적 공개가 논란을 빚자 국회 검증절차를 한달 이상 앞당겨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인 것 같다. 그러나 한미 FTA 협상문을 언제 공개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도리어 협상 결과를 어떻게 제대로 검증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과제다. 우리 국회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불필요한 문건 공개로 협상전략에 차질을 빚게 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협상 타결 이후에도 찬반 의사를 정하지 않은 채 눈치만 보는 국회의원이 4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장래를 고민하기보다 정략적 고려만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확정되지도 않은 협정문을 무분별하게 공개하고 시민단체들이 나서 단편적인 내용으로 협상 전체를 왜곡시키는 후유증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피해규모 산정부터 수십배씩 차이가 난 이제까지의 갈등이 재연되거나 증폭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협상문 공개에 신중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오히려 전문가들에 의해 효율적인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무역대표부(USTR)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와 무역위원회(ITC) 등이 합의 내용을 평가하는 한편 의회에도 33개 자문위원회가 분야별 검토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별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두고 협상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협상은 어디까지나 정부 책임 아래 하고 국회는 비준 동의에 필요한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생산적인 트집잡기에 그칠 청문회 등은 결코 올바른 검증이라고 할 수 없다. 아울러 앞으로 계속될 FTA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우리도 미국처럼 체계적인 검증이 가능하게 통상절차법 등의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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