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은 25일 전통문을 통해 제1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본회담을 6월초 제주도에서 개최하자는 남측 제안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북측이 경의선ㆍ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바로 다음날 경협위 개최 일정에 대한 답신을 보내온 것은 ‘열차시험운행 무산 문제’와 관계없이 남북경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우리측이 경협위 제12차 회의를 6월 1~4일 제주도에서 개최하자고 지난 22일 제의한 데 대해 북측은 오늘 전통문을 보내와 제주 개최에 동의하는 대신 회의 일자를 다소 늦춰 6월3일~6일까지 개최하자고 수정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협사업을 열차시험운행과 분리해서 다루겠다는 북측의 의도로 파악되지만 우리 정부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남측이 추진하는 3+5대 경협사업에 적신호가 켜져 한동안 남북 경협이 공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협위 합의 도출 어려울 듯 = 남북은 내달 초 제주도에서 제12차 경협위 본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북측이 일방적으로 철도 시험운행을 취소한 상황에서 본회담이 열려 양측이 마찰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남북은 지난 19일 경협위 위원급 실무접촉을 통해 우리 측이 의류ㆍ신발ㆍ비누 등 경공업 원자재를 북측에 제공하고 북측은 남측에 아연ㆍ마그네사이트ㆍ석탄 등 지하자원에 대한 투자ㆍ개발권을 보장하기로 의견 접근을 봤었다.
이번 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의류ㆍ신발 등 경공업 원자재를 북측에 지원할 경우 ‘대북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따라서 다음 달 경추위 본회담에서는 남북 경협이라는 의제보다 열차 시험운행 무산에 대해 북측에 강하게 항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북측도 군부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조정 문제 등 내부 사정을 언급, 남측에 맞설 것으로 예상돼 결국 소모적인 정치 논쟁만 벌일 가능성이 높다. 남측은 또 경공업 원자재ㆍ비료ㆍ식량지원 등 협상 카드를 꺼내 북측을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측에 결자해지 차원의 해결을 촉구하고 여러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언급한 여러 조치는 경제적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5대 경협사업 난항 예상 = 통일부는 지난 2월 올해 업무추진 계획을 발표, 기존 3대 경협사업을 심화ㆍ발전시킨 뒤 농업ㆍ수산업ㆍ임업ㆍ경공업ㆍ광업 등 5대 신(新)경협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3대 경협사업 중 개성공단건설ㆍ금강산관광 사업은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철도ㆍ도로 연결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5대 신경협사업으로 넘어가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철도ㆍ도로연결 등 대부분 경협사업은 남북간 군사적 보장조치를 필요로 한다. 반면 북측은 서해 NLL 재설정 문제 등을 이유로 군사적 보장조치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서해상 어업협력ㆍ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등이 당분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서해상을 우선 대상으로 생산ㆍ가공ㆍ유통 분야의 수산협력을 추진, 공동어로까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양측이 서해 NLL 문제를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3+5대 경협사업은 제대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