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9월 13일] 외평채 발행 연기가 남긴 의미

정부가 추진하던 1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이 무기 연기됐다. 당초 ‘9월 위기설’을 잠재우는 기회로 활용하려던 외평채 발행을 연기한 것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돼 개발도상국의 신용 가산금리가 상승한데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와병설까지 겹쳐 외평채 가산금리가 크게 상승한 탓이다. ‘헐값에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셈인데 정부가 해외 투자설명회에 나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미 9월 위기설이 사그러들고 있고 외평채 발행 연기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동요조짐이 없는데다 향후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도 없지 않은 만큼 발행연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금융시장이 붕괴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국제금융시장이 악화되고 예기치 못했던 북한 변수까지 등장하는 상황이고 보면 마음을 놓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외평채는 앞으로 국내 공기업과 은행 등이 계획하고 있는 해외차입 금리 결정에 잣대가 되는 만큼 만에 하나 재발행이 불발로 끝난다면 엄청난 악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국내외 경제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에 별다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변동성이 너무 큰 것은 두고두고 정책운용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따라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예측성을 높여 적극 대처하는 정책당국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단기적으로는 국채 등의 만기를 적절하게 분산시키는 동시에 국제적 신용도가 높은 정부나 공기업 등의 적극적인 외채조달로 국내외환시장의 달러 가뭄을 근원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환율제도나 외환정책의 결정구조 같은 시스템도 정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뜻하지 않은 위기가 닥쳤을 때 총괄적으로 관리, 통제할 범정부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전혀 낯설지 않다. 비록 국내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더라도 국제시장에서 오는 위기요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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