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영웅전] 비금도의 소년

제1보(1~14)


전남 비금도에서 올라온 소년이 있었다. 이름은 이상훈. 1975년생. 어려서부터 바둑의 재능이 돋보였던 이 소년은 15세에 프로기사가 되었고 승승장구하여 이창호와 자웅을 다툴 기회를 얻기에 이른다. 그러나 동갑인 이창호와 몇합을 겨루어본 그는 극심한 좌절감에 사로잡힌다. 그는 비금도 고향집의 막내동생 이세돌에게 천재의 기운이 있음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그 동생을 서울로 불러올려 스파르타식 맹조련으로 프로 입단을 시킨다. 프로가 된 이세돌은 나날이 강해져 마침내 이창호의 호적수로 등장한다. 18세때 8년 연상의 이창호를 격파하고 세계타이틀(제7회 LG배)을 따내고 19세에 후지쯔배를 따내고 20세에 후지쯔배를 또 제패한다. 여기까지는 4년 전에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4년 사이에 이세돌은 이창호보다 더 유명해졌다. 7관왕이 되었고 결혼도 했고 눈매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세계랭킹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지만 굳이 그것을 작성하자면 랭킹1위는 이세돌이 틀림없다. “이세돌은 이제 자유자재예요.” 월간 ‘바둑’의 편집장 구기호가 최근에 한 말이다. 소개하는 바둑은 2004년 도요타덴소배 8강전이다. 이세돌의 백번. 상대는 1년 연상인 콩지에(孔杰)7단. 흑5는 견실한 취향. 최근 동양3국 청소년 기사들이 애용하는 패턴은 참고도의 흑1 이하 9인데 콩지에는 상대가 상대인지라 공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세돌은 이미 사나운 싸움꾼으로 중국 기단에도 잘 알려져 있다. 흑13 역시 수비 취향. 여기서 한참 뜸을 들이던 이세돌은 역시 백14로 단단하게 지키고 본다. 먼저 움직이라고 쌍방이 채근을 하고 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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