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철마는 달리고 싶다

한국전쟁 이후 중단됐던 경의선ㆍ동해선 남북철도 운행이 오는 25일 다시 재개될 예정이다. 남북은 지난 13일 개성에서 제12차 철도ㆍ도로 연결 실무 접촉을 갖고 25일 경의선ㆍ동해선의 남북철도 연결구간에서 열차 시험운행을 하기로 합의했다. 비록 시험운행이지만 51년 6월 중단된 철도가 55년 만에 다시 달리게 된다는 점에서 남북 모두에 큰 의미를 지닌다. 철도ㆍ도로 연결은 3대 남북경협사업의 하나일 정도로 우리 정부가 그동안 공들여온 일이기 때문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6월 방북도 경의선 철도를 통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져 세간의 관심을 끈다. 남북은 16일부터 남북 장성급 회담과 6월 DJ 방북 실무 접촉을 갖고 협상을 진행한다. 우리 측 실무접촉대표단은 DJ 방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5일 오후 금강산을 향해 출발했다. 또 16~18일 판문점에서 제4차 남북 장성급 회담이 열려 철도ㆍ도로통행군사보장합의서 체결 등이 논의된다. 6월 DJ 방북을 앞두고 남과 북 사이에 크고 작은 실무 접촉들이 잇달아 개최돼 DJ의 철도 방북을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진전들은 ‘북에 많은 것을 양보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 뒤 이뤄진 것으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철도 시험운행과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 등 남북 관계와 관련된 여러 사건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와 정치권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여야는 DJ 방북 자격을 놓고 설전을 벌이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서로 비판하고 있다.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마치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남북 관계의 모든 열쇠가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더 이상 지방선거에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야심을 포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정부 여당은 DJ 방북 문제를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DJ 방북과 철도 시범운행이 ‘북에 대한 경공업 원자재 지원 등 이면 합의 없이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말이 익숙할 정도로 남북 철도 연결은 분단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상징성을 갖는다. DJ의 6월 방북과 경의선ㆍ동해선 운행이 일회성 정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남북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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