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포장재 3개업종 "납품가 인상" 공동협상나서

골판지포장·제관·연포장등 포장재 3개업종<br>원재료값 최고44% 폭등 불구 납품가 '제자리'<br>"대기업과 협상 결렬땐 납품중단등 실력행사"


골판지포장 · 제관 · 연포장업계가 원자재가 폭등 파동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3개 업종 단체는 6일 “원자재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수요처가 납품가를 올려주지 않아 한계상황에 봉착했다”며 “합동으로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을 경우 납품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올들어 주물업계를 시작으로 납품가 인상을 위한 중소기업들의 실력행사가 이어졌지만 상이한 업종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 파장은 단일 업종의 실력 행사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공동 대응을 결심한 것은 포장재를 납품한다는 공통점 때문이며 수요처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수요처는 현재 극히 일부에서 납품가를 소폭 조정해줬을 뿐 전체적으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골판지포장 업계는 원재료인 골판지원지 가격이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최단기일에 최고율의 인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골판지원지 가격은 지난해 9월 톤당 45만6,000원에서 11월 55만1,000원으로 올랐고 올 4월 또다시 인상돼 61만5,000원에 달한다. 골판지포장 업계는 그 동안 납품가를 최소한 19.8% 이상 인상해줄 것을 요구해왔지만 제과업체 등 수요처는 올 인상분은 고사하고 지난해 것도 전혀 반영해주지 않고 있다. 음료수 등의 캔 제품을 만드는 제관업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의 원재료는 철판에 주석을 입힌 석판이다. 철판은 포스코가 공급하고 석판은 석판업체들이 생산해 제관업계에 공급한다. 석판 가격은 지난 2월 톤당 7만원이 올랐고 지난 1일 다시 17만원이 올랐다. 식용류ㆍ장류 등의 용기로 가장 많이 쓰이는 두께 0.3mm 석판의 경우 가격이 지난해 말 톤당 97만8,000원에서 현재 122만원까지 인상됐다. 이들은 특히 거래 관행상 석판을 전액 현금을 주고 사오고 있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광미 제관조합 전무는 “현금 거래를 하다 보니 원자재가 인상 영향이 100% 직접 전달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그런데도 대부분의 수요처는 제일 큰 대기업이 올려주면 그 때 올려주겠다는 자세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ㆍ스넥 등의 제품을 포장하는 연포장 업계의 경우 가장 많이 쓰는 원자재인 PP 가격이 지난해말 톤당 125만원에서 4월 현재 180만원으로 44% 올랐다. 이들 역시 원자재가 인상을 근거로 납품가 반영을 요구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특히 협회 소속 회원사는 100여곳인데 비해 비회원사가 400여곳에 달해 대기업의 덤핑 유도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포장 업체 관계자는 “납품가를 올리고 싶어도 대기업의 납품처 조정 등 무언의 위협 때문에 말도 꺼내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 3개 업종 단체는 현재 지식경제부의 중재를 통해 대기업과의 공식 협상을 추진중이다. 대략 다음주중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면 구체적인 납품가 인상폭 등을 제시한 뒤 이들의 반응에 따라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김진무 골판지포장조합 전무는 “원자재가는 지금도 오르고 있어 한시가 급하다”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납품중단 등 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이며 이렇게 되면 대기업도 모든 제품의 포장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만큼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영세업체 난립 대기업 횡포에‘무방비’




포장업계 왜 공동대응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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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3개 업종 단체의 공동 대응 결정은 그만큼 이들의 힘이 없다는 증거다. 레미콘이나 주물처럼 최소한의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업체들의 규모가 크지도 않고 숫자가 많아 그만큼 단결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전하는 대기업들의 횡포는 심각하다. 골판지포장 업계의 경우 납품가는 대기업이 납품업체 3곳으로부터 납품가를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즉 대기업이 B사에 ‘A사보다 낮은 가격이면 납품 받겠다’고 한 뒤 C사에 다시 ‘B사보다 낮은 가격이면 납품받겠다’고 말한다. 그 다음 A사에 C사의 납품가를 얘기하면 A사는 C사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하겠다고 얘기해 납품가가 낮아지는 식이다.
제관업계 가동률은 최근 6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면 그나마 공장은 가동해야 되기 때문에 일단 납품가를 낮추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납품을 하지 않던 다른 업체가 들어오면서 아예 공급선이 끊기고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
한 제관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납품업체들이 난립해있는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덤핑을 조장하고 있다”며 “결국 영세한 업체들부터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기업들이 오히려 납품가 현실화에 무관심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현재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대기업 중에서는 납품가를 소폭 조정해준 곳들이 있다. 하지만 국내 1~2위를 다투는 초대형 기업들은 협상 요구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골판지포장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번 원자재가 파동에서 보면 대기업은 원자재가 인상을 이유로 밀가루며 라면이며 자기네들이 생산하는 제품 가격은 다 올리면서 포장재가격은 올려주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이중적인 자세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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