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싱가포르의 위기 대처법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지난 98년까지도 주섬을 중심으로 남지나해 남서쪽에 흩어져 있는 7개의 작은 섬들을 가지고 있었다. 불과 4년여의 기간이 흐른 지금 이 섬들은 주롱(Julong)이란 이름의 커다란 섬으로 간척됐다. 싱가포르 시내에서 차를 몰아 남서방향으로 45~50분 가량 달리면 도착하는 이곳이 바로 싱가포르 화학산업의 심장부다. 금융 및 물류산업을 경쟁력으로 아시아 거점국가로 활약하던 싱가포르가 최근 4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곳이다. 내륙에서 주롱섬 사이는 8차선 간선도로가 뻥 뚤려 있다. 엑손모빌ㆍ쉘ㆍ이스트만케미칼ㆍ듀폰ㆍ쉐브론 등 세계적인 화학업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지금은 총 70여개 회사가 군집한 거대 화학단지로 변신해 있다. 싱가포르가 이곳에 거는 기대는 한눈에 보기에도 남다르다. 지난 9월27일 바스프의 엘바이스턴 공장 준공식 참석을 위해 아시아 각국 보도진이 버스를 타고 들어선 주롱섬 길목에는 총기를 소지한 치안요원들이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철저한 보안검색을 하고 있었다. 특히 카메라 반입에는 극도의 과민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카메라 몇대가 들어가는지 어떤 종류인지를 세세하게 점검했다. "주롱섬은 국가기밀에 해당한다. 9ㆍ11테러 이후 싱가포르에서도 최근 수십명의 테러(가능)범을 검거했다. 이후부터 검색을 부쩍 강화했다." 현지 책임자의 설명이었지만 미심쩍은 부분을 상쾌하게 풀어주진 못했다. 단지 보안검색인데 카메라에 왜 그토록 예민할까. 게다가 치안요원들은 보도진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에 대해서도 "공식 행사장 외에는 불가하다"는 점을 통보했다. 화학단지의 겉모습까지도 국가 기밀에 해당하다니. 주롱섬을 둘러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의 기본 관리원칙 가운데 하나는 섬에서 흡연 불가. 섬 전체가 하나의 화학산업단지라지만 담배꽁초 한개비 굴러다니지 않았다. 게다가 행사장에는 사복을 입은 치안요원들이 행사장 사이사이에 끼어 있었다.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자면 이렇다. 싱가포르는 최근 몇년 사이 상하이로 대표되는 중국경제가 급부상하면서 금융 및 물류 허브 국가로서의 절대 우위를 위협당하고 있다. 새로운 '국가 생존 무기'가 필요한 시점인데 주롱화학단지는 바로 싱가포르의 대안이다. 주롱섬의 철통 수비와 철저 관리는 바로 싱가포르가 갖고 있는 국가 위기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강도를 드러낸 것은 아닐까. 같은 시기의 한국이 감지하는 국가 위기감이나 대응 노력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김형기<국제산업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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