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자유치 혜택 국민에게 돌아간다

[亞중심국이 되자]외국인에게 좋으면 내국인에겐 더좋다아일랜드. 인구 400만명이 채 못되는 유럽의 변방국가다. 지난 80년대 말까지도 유럽 최빈국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화가 가장 잘된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네덜란드ㆍ싱가포르 등과 더불어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도 손꼽힌다. 아일랜드는 고집 센 국민성으로 유명한 나라였다. 오랫동안 영국에 눌려온 탓. 외국자본 유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88년 이전까지는 관광과 낙농업이 주된 산업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법인세를 낮추고 공기업이던 은행과 전화회사를 민영화하는 등 경제개혁에 나선 이후 서유럽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2000년 기준 최근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9.5%에 이른다. 유럽국가 중에서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마이크로소프트ㆍIBMㆍ인텔 등 세계적인 기업의 유럽본부도 유치했다. 일본 식민지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과 국민성이 비슷하다는 나라 아일랜드가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87년까지 9,000달러를 밑돌던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년에는 2만5,0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중국 톈진(天津)시 삼성전자. 지사장 사무실에는 이 지역의 최고책임자인 톈진시 공산당 당서기와 연결된 직통전화가 개설돼 있다. 회사 경영의 애로나 불편사항을 얘기하기 위한 핫라인이지만 사용할 필요가 거의 없다. 외국기업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어도 최고 지도층에 연락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말단 공무원에게까지 외국기업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왜 세계의 자본과 공장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인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자신들만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中華)사상'과 청나라 말기의 서구 열강의 침입, 문화혁명으로 세계와 담을 쌓았던 중국의 개방효과는 국력신장으로 직결되고 있다. 전세계경제가 침체국면을 맞았던 최근 2년 동안에도 중국은 '나 홀로' 호황가도를 달렸다. 오는 2015년이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범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재정경제부나 기획예산처ㆍ산업자원부 등 중앙 경제부처가 꼽는 외국인투자 모범 지방자치단체는 한결같다. 경남도는 '전국 지자체 통상ㆍ투자유치 우수사례'에서도 최우수상을 3년 내리 독차지하기도 했다. 경남도의 비결은 남다른 '의지'. 98년 삼성 출신의 투자유치 전문가를 스카우트, 투자유치과를 신설하고 제도를 정비한 경남도는 일본의 전자부품 전문업체인 태양유전(太陽誘電)이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하려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끈질기게 설득, 결국 사업계획서를 받아내기에 이른다. 계획서 접수에서 공장 착공에 들어간 시간은 불과 49일. 공무원들이 서울로 도쿄로 뛰어다닌 결과다. 착공식에서 가와타미츠구 태양유전 사장은 "경남도의 신속한 행정서비스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태양유전은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태양유전이 경남에 투자한 금액은 2억3,000만달러. 이를 통해 경남 사천시는 4,000여명의 직간접 고용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매년 감소하던 인구가 순증으로 돌아섰다. 경남의 외자유치 성공사례는 '허브코리아'의 방향을 제시한다. 허브코리아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발전과 고급인력 유치도 적극적인 의지와 실행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영종도나 광양만ㆍ부산항 등에 대한 집중적인 개발뿐 아니라 기존 공단과 제조업, 각 지자체의 외자유치 노력이 수반될 경우 동북아 중심국가 부상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경남의 성공사례는 동시에 '허브코리아'의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아일랜드나 중국같이 외국인 투자가 활발한 국가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외자유치 활동이 모범사례가 되는 것은 허브코리아를 향한 한국의 준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을 상징한다. 지자체는 물론 정부 중앙부처간 손발도 맞지 않고 구태여 안주하는 부처가 적지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도민들이 들고 나서 외국인 투자는 물론 내국인 투자까지 꺼리는 경우도 있다. 불신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좋으면 내국인에게는 더 좋다'는 인식이 미흡한 탓이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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