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구리, 돌을 던지다

제8보(149~170)


구리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하변은 유가무가로 이미 상황이 끝난 상태라고 생각했다. 백이 저항을 해보았자 후수로 패를 내는 정도인데 다른 곳에서 그 패의 보상을 받으면 바둑은 무조건 흑승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하변의 백을 포위하고 있는 흑의 포위망에 결정적인 약점이 있음을 간과했다. 흑49로도 하변을 보강하는 것이 정수였다. 백50으로 끊고 52로 몰자 비로소 구리는 자기의 착각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쌍패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파국을 피하려면 참고도1의 흑1로 곱게 이어야 한다. 백에게 좌변을 제공하고 후수로 7에(7은 5의 위에 이음) 두어야 한다. 그리고 요소인 8까지 허용해야 한다. 이 코스는 무조건 백승이다. 흑53으로 움직여 보는 구리. 이 방면에서 혹시 패라도 나면 무한정의 팻감을 이용해볼 작정이다. 그러나 노련한 가토는 얄미울 정도로 간단하게 좌변의 대마를 살렸다. 백64 이하 68은 가장 확실한 삶의 수순. 참고도2의 흑1이면 백은 2,4로 산다. 구리는 돌을 던졌고 검토실의 서봉수는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조건 한 놈만 팼어야 했어. 그 놈이 뻗었으면 전쟁이 끝나는 건데….” 난적 구리를 기적처럼 꺾은 가토는 다음 판에서 이창호에게 힘없이 패했다. 농심배는 한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170수끝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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