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재허브 국가를 만들자] GM, 대우車인수 성사

앨런 패리튼 본부장 귀감으로 앨런 패리튼(56) GM 아태 신규사업본부장. 4년여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과정을 통해 우리에게도 낯이 익은 그는 '협상 전문가'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철저하게 일깨워준 인물이다. 1972년 GM에 몸을 담은 패리튼은 1978년 대우차 전신인 새한자동차 시절부터 GM의 파견 임원으로 한국에서 활동했다. 대우차 관계자는 그를 놓고 "조금 과장하자면 김우중 전 회장을 빼고 대우차를 가장 잘 안다"며 "25년 이상 대우차만을 연구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6월 대우차 입찰에서 GM이 포드에 밀려 탈락했을 때 패리튼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당시 GM의 인수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무조건 포드로 넘어간다는 게 대세였다. 하지만 그는 인수본부를 일단 홍콩으로 옮겨놓고는 줄곧 인수에 필요한 자료를 챙겼다. 그해 9월 기적처럼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하자 패리튼은 인수팀을 곧장 정상 가동시켰으며 노회한 협상술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대우차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과 회사의 본질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분명 다시 한번의 기회가 올 것이란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 관료는 훗날 그에 대해 "상대방(한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철저하게 이용할 줄 아는 협상가"라고 평했다. 모르몬교도인 패리튼은 19세때 선교사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의 성장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한국어 구사 능력도 탁월하다. 한국의 '실세'가 누구며, 한국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안다. 시사 평론가 뺨칠 정도다. GM도 대단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97년 쌍용차 인수와 99년 대우차가 공개입찰로 전환할 때 GM은 (한국에)배신 당했다고 생각했다. 우리였다면 패리튼은 곧바로 책임을 져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찾아올 기회를 대비해 흔들리지 않고 치밀하게 준비한 패리튼, 그를 끝까지 믿어준 GM. 상대를 압도하는 협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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