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시대를 맞아 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규제 정책의 방향이다. 정부의 규제방식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 할 환경비용이 천차만별인데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신규 시장의 기회도 그 윤곽이 확연해지기 때문이다.
한기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기후변화협약의 산업별 영향과 정책대응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기업에 일률적 온실가스 감축량을 할당하기보다는 탄소세를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또 그는 “일률적 감축목표를 기업에 할당하는 방식은 정유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규제의 제조업 업종별 영향을 분석한 한 위원은 거시경제 모형을 이용해 파급효과를 추정한 결과 이산화탄소(CO2) 1톤당 5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오는 2013년 제조업 생산량이 최대 1.2% 감소하는 반면 CO2 배출량은 5~8.7%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30년 제조업 생산량 감소율은 0.05~0.73%로 줄어 경제 영향이 미미한 데 비해 CO2 배출량을 최대 20% 감축하는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한 위원은 “일률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식을 도입해도 제조업 생산량이나 고용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1% 이하로 나왔다”며 “하지만 최신 기술도입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탄소세 세수를 저감기술 개발에 지원하면 탄소세가 더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일률적 저감방식을 도입하면 온실가스 저감기술이 낮고 앞으로도 크게 발전하기 어려운 정유업계는 2030년에 5% 이상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됐다.
한 위원은 “세금 신설은 조세저항 등을 부를 수 있어 정부가 정책으로 쓰기를 기피하지만 탄소세 도입과 함께 법인세율 인하 등으로 정부가 피해를 입은 기업의 비용을 상쇄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탄소세 부과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ㆍ석유화학ㆍ정유ㆍ비금속광물 산업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이들 산업에 대한 보완책이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나설 때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술도입 등에 의한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에너지로 연료전환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술 활용 ▦생산제품 종류 전환 ▦생산거점의 해외이전 혹은 생산감축 등이 거론됐다. 한 위원은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위한 기업의 단기적 대응방안은 신기술 도입과 연료전환에 국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