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경쟁은 필요악

한국과 중국은 지난 92년 국교 수립 이후 교역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교류협력을 강화해왔다. 양국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모두 1,000억달러를 넘어서 우리 측 통계로는 92년에 비해 16배, 중국 측 통계로는 22배나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중국은 우리의 첫번째 교역 대상국이다. 초창기 교역형태는 한국의 공산품과 중국의 농산품을 위주로 하는 1차 산품이 많았지만 이제 원자재 비중이 낮아지고 자본재 비중은 높아져 소위 산업 내 교역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전자부품, 산업용 전자제품, 컴퓨터, 이동통신기기 등이 주력 수출상품이지만 전기전자제품 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이 45%를 차지할 정도로 수평적 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 하이얼은 저가의 소형 가정용 에어콘을 TV홈쇼핑과 할인점을 통해 3만여대나 판매했다. 원래 가전제품은 세계적으로 로컬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게 마련이고 애프터서비스가 판매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만 이 같은 판매실적을 올렸다는 것은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과 품질을 기반으로 한 가격경쟁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철강재 교역에서도 지난해 우리는 468만톤을 수출하고 678만톤을 수입함으로써 수입초과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이 고부가가치인 판재류이기 때문에 금액면에서의 역조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거의 모든 품목에 걸친 수출 감소와 급격한 수입 증가는 커다란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세관이 발표한 1ㆍ4분기 철강재 수출통계를 보더라도 한국으로의 수출은 159만7,000톤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 철강 수출의 최적지이며 그 중심은 가격경쟁력이다. 이제 중국산 철강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교역질서를 어지럽히는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업계 스스로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국제사회는 상대방을 적으로 보는 ‘전쟁터’라기보다 공정한 룰을 지키며 선의의 게임을 펼치는 ‘경쟁의 터’라는 점이다. 중국 산업이 갖고 있는 강점과 약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토대 위에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의 약진은 오히려 우리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경쟁자가 없이 경쟁력은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쟁은 필요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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