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SC제일은행의 신뢰 잃은 노사갈등

SC제일은행 본점 로비에는 매일 정오가 되면 투쟁을 외치는 구호와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옛 제일은행 노조원들이 노사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며 점심시간을 이용해 쟁의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벌써 한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은행 업무를 보러 왔던 고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시끄러운 노랫소리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SC제일은행이 노사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토착 경영을 내세우며 한국적 정서에 맞는 경영 원칙을 강조해왔던 스탠더드차타드그룹(SCB)은 노사 갈등으로 출범 1년 3개월 만에 큰 위기 상황에 처했다. 그 동안 노사는 몇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상황은 전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결국 20일 저녁 본점 로비에서 총력 투쟁 결의 대회를 열고 사측에 본격적인 투쟁을 선언했다. 제일은행 노조가 쟁의를 벌이는 이유는 은행 측이 노조의 동의 없이 대출모집인(DSR)을 증원하는 등 변형된 인사제도를 통해 근로 조건 및 고용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실적 위주의 대출모집인 고용과 고이자율상품 중심의 대출 영업은 궁극적으로 은행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쟁의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노조는 제일은행이 SCB에 인수된 이후 조직 구성과 인사권 등 은행 인사 전반에 직ㆍ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경영진 일부에서는 사측이 노조에 너무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특히 이번 쟁의 과정에서 외국인 부행장이 물러나지 않는다며 그의 집무실에 쓰레기통을 내던진 노조의 행동에 대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조의 실력 행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노조와 대주주인 SCB의 눈치만 보고 있는 현 경영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은행은 남의 돈을 맡아 이를 운영하는 서비스기관이다. 따라서 은행의 생명은 신뢰다. 고객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SC제일은행의 노사 갈등은 제살을 깎는 행위나 다름없다. 노사분규가 장기화하는 동안에 고객이 하나 둘씩 은행을 떠나고 신뢰를 잃어버린 경영진은 물론 노조원도 설 자리를 잃을 게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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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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