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라이터를 켜라

사소한것 목숨건 백수 고군분투나이 서른에 부모님 호주머니 돈이나 슬쩍하려는 철없는 허봉구(김승우). 예비군 훈련날, 친구한테 조롱당하고, 점심을 때우려던 우동마저 박살난다. 하는일마다 꼬인다. 주머니속에는 달랑 300원만 남아있어 집에도 못간다. 고민끝에 이 돈으로 가스 라이터를 산다. '빨간색 일회용 라이터'. 그의 전재산이다. 우연히 차를 얻어타고 서울역까지 온 봉구는 라이터를 건달 보스인 양철곤(차승원)에게 뺏긴다. 라이터를 찾기 위해 양철곤이 탄 부산행 새마을호 기차에 오른다. 양철곤은 같은 열차에 탄 국회의원박용갑(박영규)에게 지난 선거때 도와준 대가를 받아 폼나게 살아보겠다며 꿈에 부푼다. 그러나 박용갑은 완강하게 돈주기를 거부한다. 이때 허봉구가 라이터를 돌려달라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게 되고, 서로 밀고 당기는 묘한 싸움이 벌어진다. 기관실마저 점령한 양철곤 일당은 승객을 볼모로 양철곤을 협박하고, 기차는 무서운 속도로 달린다. '주유소 습격사건''신라의 달밤'등의 박정우작가와 '박봉곤 가출사건''북경반점'등을 쓴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신예 장항준 감독이 만나 만든 '라이터를 켜라'는 '국내 본격적인 트레인 영화'를 표방했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스티븐 시걸이나 키아누 리브스 같은 영웅적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이 있을텐데, 이 영화는 그런류와는 거리가 있다. 허봉구가 승객들의 때밀림으로 어쩔 수 없이 기차 지붕을 타고 기관실로 들어가 종착역 직전 기차를 간신히 멈추는데 성공하지만, 그의 액션보다는 기차안의 인물군상과 그들의 악다구니에 더 초점을 맞춘영화다. 기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한꺼번에 예닐곱명의 대사가 쏟아지는 정신없는 상황을 연출, 무제한으로 질주하는 세상을 실컷 웃으며 성찰하도록 만든다. 뜯어보면 각 인물들의 설명이 부족해 스토리의 엉성함을 보이기는 하지만 개성있는 조역배우들의 실감연기로 영화보기의 재미를 더한다. '미달이 아빠'박영규와 '주유소 습격사건'의 강성진 같은 비교적 알려진 연기자들 뿐 아니라 '공공의 적'에서 각각 칼잡이와 '산수'역으로 나왔던 유해진과 이문식, '신라의 달밤'의 '경주깡패' 이원종, '아프리카'에서 총을 잃어버리는 경찰관으로 나왔던성지루 등 숨어있는 조연들의 리얼한 연기가 재미있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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