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계열사 의존 물량 계속줄어매년 감속을 모르고 고속성장해 온 시스템통합(SI)업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SI업체들은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비상경영에 들어갈 태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90년대 들어 연평균 40%대의 고성장을 거듭하던 SI업계는 올 상반기 20% 정도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예년의 절반수준이다.
일단 재계의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그 직접적인 이유로 풀이된다. SI업체는 매출중 절대액을 소속 그룹 계열사들의 프로젝트에 의존하고 있어 불황을 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룹의존도가 심한 SI업계의 허약 체질이 상반기성적표에 그대로 나타났다는 해석도 있다. 해외진출 등 적극적인 경쟁력 확보대책이 시급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SDS의 경우 상반기에 4천63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겨우(?) 12.1% 성장했다. 이 회사는 또 앞으로 매출액을 가늠할 수 있는 상반기 수주액이 96년 상반기보다 23.1% 줄어든 1천6백57억원에 불과해 하반기전망도 어둡다.
반면 다른 업체들은 LG-EDS시스템이 1천6백82억원(전년대비 신장률 31%), 현대정보기술 1천4백30억원(34.1%), 쌍룡정보통신 9백92억원(34.2%), 기아정보시스템 8백50억원(80.5%), 대우정보시스템 8백32억원(26%) 등으로 성적이 비교적 좋아 보인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매출액 집계가 상반기 영업실적을 알아보는 데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SI업계의 특성상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도 상반기에 수주한 사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반기 매출액은 그때의 영업지표가 아니라 전년도 반기의 영업실적을 반영한다는 것.
다시 말해서 올 상반기 매출신장률은 96년 전반기나 하반기의 영업호황이 아직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업체별 상반기 수주현황을 보면 하반기엔 형편이 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리기 힘들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삼성SDS, 높은 성장세를 보인 코오롱정보통신(75%)과 기아정보시스템(80.5%)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체가 20%대의 낮은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편으론 업계 일각에서는 하반기에 수주액이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측도 있다. 기업의 경우 전산시스템에 대한 투자확대를 하반기에도 기대하기 어렵지만 정부 및 공공기관이 상반기에 발주하지 않은 사업을 하반기에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