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보화에 늦은 나이?

2001년 초 시카고대의 제이 올샨스키 교수와 아이다호대의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흥미로운 내기를 했다. 5억달러가 상금으로 걸린 이 내기의 내용은 2150년 1월1일 150세가 된 사람이 나타날지 확인하는 것이다. 즉흥적인 치기가 아닌 과학적 연구성과에 바탕을 둔 합리적 예측이라는 점에서 도박과는 격이 다르다. 정보격차해소를 전담하는 기관인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1층에 정보문화 홍보관이 개방돼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교재를 펼쳐놓고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인터넷 탐색에 열중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혹시 `다 늦은 나이에 정보화 교육을 받아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을 만나서 잠시 말씀을 나눠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아직은 폐물이 아니구나”, “인터넷뱅킹, 홈쇼핑, 때로는 장기도 두고..” 정보화 교육을 마친 70~80 대에 해당되는 분들의 소감과 포부다. 적극적인 사회참여의 수단으로, 구체적인 정보활용의 방법까지 계획하고 정보화의 세계에 과감히 뛰어 든 것이다. 좀더 적극적인 분들은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정보를 수집해서 제공하고 있다. 오히려 젊은이들이 인터넷 활용에 있어서 소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반해 이분들은 생산적인 이용에 보다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2002년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7.9%로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출산율 또한 OECD의 평균인 1.6~1.7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1.3명으로 소비시장의 위축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인력수급에도 심각한 영향이 올 것이다. 고령인력을 활용하는 정책을 구상하는 것은 복지정책으로서 만이 아닌 주요한 인력수급 대책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현명한 판단력이 정보기술과 연계될 수 있다면 사장될지도 모를 소중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보과학과 생명과학은 서로 경쟁하듯 새로운 세계의 지평을 열고 있다. 오늘의 기술이 내일이면 과거의 것이 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의 예측치들을 비웃듯이 넘어서고 있다. IT의 발전으로 정보기기들의 접근성이 급속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나오는 선도적 연구결과들은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며 인간수명의 한계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늘의 노인이 내일이면 생산성이 비교적 왕성한 장년층으로 편입될지 모를 일이다. 지금 정보문화홍보관에서 처음으로 마우스를 잡은 또 한 분의 어르신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스위치를 켜고 계신 것이다. <손연기(정보문화진흥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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