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조업체의 노동비용이 전세계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비용 증가는 임금상승과 복지향상이라는 측면에서 근로자들에게 좋은 현상일 수도 있지만 기업이 고용을 낮추는 빌미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최근 발표한 ‘국가별 제조업시간당 보수 현황’에서 지난 90년 이후 한국 제조업의 시간당 보수 증가율이 조사대상 27개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시간당 보수(달러화 기준)는 90년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04년 현재 311.6에 달해 14년간 무려 211.6%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위인 싱가포르의 상승률 98.6%에 비해서도 2배가 넘는 수준이며 일본(8위, 74.7%), 미국(17위, 56.1%), 대만(19위, 55.1%) 등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월등히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에 보수가 급격히 늘어나 2000년(222.8) 이후 2004년까지 증가율이 39.9%로 미국(17.63%), 일본(-0.5%) 등을 훨씬 앞지르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90년 이후 임금의 절대 수준도 경쟁국에 비해 많이 높아진데다 임금 외의 사용자 부담도 과다한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노동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구도 한은 조사국 조사역은 “노동비용의 급등은 노동절약적ㆍ자본집약적 기술의 채택을 가속화함으로써 고용창출 기회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