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생산거점 해외이전 가속低賃·정부지원 매력 '中 투자 1순위'
우리 기업들의 중국행이 갈수록 속도를 더하는 추세다. 중국이 값싼 임금과 기업 투자환경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자 우리 기업들이 앞 다퉈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는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산업의 공동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 기업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중국에 완전히 밀려날 수 있는 만큼 지식산업 중심으로 고부가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대부분 기업 '중국에서 생산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지역 제조업체 21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44.1%가 이미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했으며 앞으로 신규 또는 추가로 해외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는 전체 응답기업의 67.6%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국에 이미 진출한 기업이 전체의 65%를 차지했으며 새로 이전하겠다는 기업의 81%가, 추가로 옮기려는 기업의 71.3%가 중국을 꼽았다.
특히 전체의 48.5%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까지 이전하고 42.9%는 조립공정이나 저가품 생산 부문만을 옮기겠다고 응답했으며 8.6%는 연구개발 등 핵심영역까지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비용절감(응답자의 35.6%)과 노동력 확보(27.1%) 등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해외이전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이밖에 ▲ 해외시장 개척(15.8%) ▲ 원재료 확보(7.6%) ▲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5.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황동언 대한상의 경영조사팀 박사는 "실제 이미 해외로 생산설비를 이전한 기업들의 75.5%가 20%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를 보고 있으며 88.3%는 국내와 품질이 비슷하거나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우리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는 것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투자유치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무역협회는 중국의 수입쿼터 품목이 줄어든 것을 비롯, ▲ 쿼터량 공개 ▲ 관세인하 ▲ 관세할당제도 개선 ▲ 기준ㆍ인증제도 정비 ▲ 수출입 균형요건 및 수출 요구조건 폐지 ▲ 외국인투자 관련법 개정 ▲ 서비스 분야 개발계획 구체화 등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다.
▶ 중국과 산업구조 차별화 서둘러야
우리 기업들이 중국행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기업의 경영환경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ㆍ세제ㆍ노동ㆍ입지ㆍ물류 등 비용 측면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임금수준은 중국의 7~8배이며 공단분양가도 중국의 4.2배에 달했다. 평균금리도 중국이 5.6%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7.6%나 됐으며 법인세율도 한국이 28%로 중국(24.8%)에 비해 높았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물류비 비중에서도 한국은 8.75%로 중국(4.67%)에 비해 1.9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김보수 전경련 경쟁력강화팀장은 "정부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법인세 인하 등 세제상의 혜택도 고려해야 한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통해 효율성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가진 여건이 중국과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두 나라 산업의 분업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이 더 크다.
신태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위적으로 기업들의 중국진출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물류비용이나 원자재 비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임금에서 중국과 많게는 16배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중국과 원가로 경쟁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신 연구위원은 "정부가 단순히 경제특구를 세우는 등의 일회성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생산비용 외의 품질ㆍ아이디어ㆍ기술 등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