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정공시제 잘되려면

주식시장에서 매매는 호재이건 악재이건 정보의 흐름에 따라 이뤄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모든 투자자들이 대등한 정보를 가지고 주식투자를 한다면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상에 불과하다. 현실적인 시장에서는 정보의 불균형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식시장에 모든 참가자들이 동등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동등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보를 평가할 능력은 서로 다르다. 예컨대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원(source)과 다년간의 전문적인 경험축적, 주가분석을 위한 전문연구부서를 두고 있는 반면에 개인투자자들은 위와 같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고 시간이나 능력도 없다. 이처럼 정보의 불균형을 방치한다면 정보력을 갖춘 시장참가자는 그렇지 못한 자의 손실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종국에는 시장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떨어뜨려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회사와 이해관계가 큰 주요주주나 애널리스트 등 특정집단에 대해 법정공시 이전에 미리 또는 공시의무대상이 아니더라도 주가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선별적으로 공시(selective disclosure)한다면 투자자 상호간에 실질적인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난다. 선별적 공시는 기관투자가ㆍ애널리스트 등에게 회사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려줘 정확한 주식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장점도 있으나 악재이건 호재이건 회사의 정보를 미리 취득한 자의 선취매매가 다른 투자자의 손실과 증권시장의 신뢰성 추락을 가져온다. 또 경영자가 애널리스트 등에게 정보제공의 대가로 회사주식을 적정가액 이상의 평가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정보차단의 위협을 함으로써 에널리스트의 역할을 손상시킬 수 있다. 주요주주에게는 정보제공의 대가로 회사경영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력관계의 유지 또는 의결권을 행사하게 함으로써 다른 주주들이 경영권에 대해 견제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회사의 지배권을 왜곡시키는 부작용 등이 있다.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증권거래소ㆍ증권업협회 및 코스닥증권시장과 공동으로 '공정공시제도'를 도입하여 지난 1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공정공시제도의 핵심내용은 기업의 임직원 등이 애널리스트나 기관투자가 등 특정 집단에게만 중요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일반 투자자에게도 즉시 공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투자자간에 정보의 비대칭을 방지하려는 것에 있다. 그러나 공정공시제도가 해당 회사의 선별적 공시를 사실상 금지해 투자자 상호간의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함으로써 증권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기업이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려는 경우 등 장래계획이나 투자가 공표된다면 경쟁기업이 이를 차단시킬 행위를 할 우려가 있고 기업에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는 불확실한 사항(악재)이 공표되는 경우에도 지나친 주가하락, 경영자에 대한 책임추궁 등 불필요한 마찰이나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회사는 공정공시제도로 인하여 누구에게도 관련 정보를 공표하지 않을 수 있다. 또 공정공시 대상정보도 운영기준에 의해 보완되고 있지만 그 범위가 기업의 입장에서는 막연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정공시 위반에 대한 책임추궁 우려로 인해 기업이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 등에 대한 정보공시를 기피해 원활한 정보흐름이 차단(냉각효과ㆍchilling effect)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정확한 주가분석이나 예측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고 애널리스트들의 역할을 반감시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규정상으로는 '공정공시대상정보''공정공시정보제공자' 및 '공정공시정보제공대상자'의 범위가 넓게 보이지만 회사의 임원이 애널리스트ㆍ기관투자가ㆍ 주요주주 등과 은밀하게 정보를 주고 받는 자를 규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정공시규정이 대상정보ㆍ정보제공자ㆍ정보제공대상자를 열거하여 규정적용의 명확성을 기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규정의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공정공시제도는 투자자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여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라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볼 수 있으나 공정공시제도의 시행으로 투자자간의 정보 불균형이 원천적으로 시정될 수 있는 만능 제도는 결코 아닌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형벌제도를 완비하고 있더라도 범죄가 늘 발생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정공시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을 공평하게 취급하여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기업들의 자각인 것이다. 따라서 공정공시가 실시된 지 불과 1개월에 불과하므로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시장전체의 효율성과 주주 전체의 이익보호 관점에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홍복기<연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