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건설 제2황금기 오려나(사설)

최근 동아건설이 51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3단계공사를 수주한 것은 어느 구석을 보아도 제대로 굴러가는 데가 없는 우리 경제의 실상에 비길 때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다. 동아건설의 수주로 인해 올해의 해외건설부문 수주액은 1백59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해외건설분야가 제2의 황금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으나 수주의 성격이 동아건설의 시공능력에 대한 신뢰에 못지않게 발주측과의 인간적인 신뢰에 바탕한 것임에 비추어 그같은 기대는 성급한 것일 수도 있다.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출은 60년대 중반 이후 중동에서 오일달러를 벌어들여 한국경제를 성장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국내업체들끼리의 과당경쟁과 부실시공에 따른 클레임 등으로 숱한 업체들이 도산, 국민경제를 주름지게 한 점도 있지만 건설수출은 한국의 역동성의 상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은 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1년의 수주액이 1백억달러를 넘는 세계 2위의 건설수출국이었다. 그후 중동붐이 시들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어 동남아 등 개도국에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공사의 내용도 수익성이 낮은 단순 하도급공사가 대부분이다. 해외건설진출의 역사에 비해 기술과 자본 축적이 미흡하기 짝이 없고 시장다변화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다. 지금 선진국 건설시장은 활짝 열려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내년부터 건설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의 대형건설사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개도국 언저리에 머물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의 해외 건설시장은 개발형공사가 대부분이다. 이 공사를 따내기 위해서는 기술만으로는 어렵다.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발주국들이 수주업체들에 대해 공사비의 파이낸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발주국의 프로젝트 정보에도 밝아야 한다. 이 어느 분야에서도 우리의 기업들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단순공사는 자국업체 보호정책으로 우리 건설회사들이 파고들 여지가 거의 없다. 세계건설시장의 90%를 선진국 업체들이 차지하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리 업체들 사이에서도 개발형공사 수주가 점차 늘고 있다. 소규모지만 선진국시장 진출도 이뤄지고 있다. 30년이 넘는 우리 해외건설 진출의 역사나 명성에 걸맞는 괄목할 만한 진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도 건설수출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 지원책을 강구할 때이다. 해외건설협회가 업체들에 대해 기술, 자금 및 공사정보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경영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나 자본금 1억달러로는 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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