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초등학생 딸이 친척들에게 용돈대신 받았던 문화상품권으로 ‘영화를 쏘겠다’고 했다. 제 딴에는 ‘식구들에게 뭔가 해줬다’고 으스대고 싶어 흥분했는지 극장 건물에 들어서기 무섭게 매표소까지 냅다 달렸다. 하지만 곧 난감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매표소 앞에 ‘한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1만원으로 제한한다’고 써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영화는 아무 문제 없이 볼 수 있었다. 매표소 직원은 긴장하며 만원짜리 상품권 2장을 내민 아이에게 말 없이 표 3장을 내줬다.
딸은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질문을 했다. 이제 혼자 먼저 가서 3명 표를 사고 아빠 엄마를 기다릴 수는 없는지, 극장 말고 서점에서도 못쓰는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앞으로는 상품권 대신 그냥 돈으로 달라고 해야 하는지.
“경품용이라고 별도로 표시된 것이 문제지 네가 가진 일반 상품권은 괜찮다”고 답해줬다. 나중에 올 일행 것까지 표 3장을 달라고 해도 되고 서점에서도 쓸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런데도 아이는 표정을 펴지 않고 “그래도 그냥 돈으로 달라는 게 낫겠다”고 중얼거렸다. 매표소 앞에서 순간 놀랐던 기억이 강하게 남은 모양이었다.
문화상품권이나 도서상품권은 사실 현금 대신 아이들에게 주기 좋다. 공부에 보탬이 될 듯한 막연한 기대가 있고 아무 곳에서나 쓸 수 없어 낭비하지 않을 것이며 상으로 주는 것 같기도 해 명절뿐 아니라 평소에도 용돈 대신 상품권을 주는 어른들이 많다. 그런데 이제 그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상품권은 싫어요”라고 말하는 일이 생길 판이다.
이런 혼란은 상품권의 사용 제한 소식이 부풀려 알려진 탓이다. 많은 일들이 그랬지만 문제가 터졌을 때 ‘파도타기’식으로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행태가 드러난 것이다. 이 혼란이 가라앉으려면 지난주 말 그랬던 것처럼 많은 곳에서 일반용 상품권이 문제 없이 유통돼야 한다. 상품권 발행 업체와 유통 등에 대한 조사는 철저히 이뤄지면서도 일반 대중이 마음 놓고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어야 시장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