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더위속 휴가도 반납 "한대라도 더"

휴일과 휴가철이 겹친 28일 울산시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승용3공장 의장3부 13반 작업장. 찌는듯한 더위 속에서도 '아반떼'차체를 실은 컨베이어가 쉼 없이 돌아가며 한국자동차산업의 메카라는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40여명의 반원들은 연신 땀을 훔치며 볼트를 죄고 공구를 만진다. 오후 6시를 넘긴 시간인데도 실내온도는 29도를 유지하고 있다. 작업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선풍기는 찬바람 보다는 기계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로 직원들의 몸을 땀으로 적셨다. 자정이 다가오면서 졸릴만한데도 직원들의 눈빛은 더욱 빛났다. 손에 차 열쇠가 건네지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애를 태우고 있는 고객들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몰려오던 잠을 쫓는다고 입을 모은다. 반장 류이상(41)씨는 "적기에 제품을 고객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고객감동의 첫 걸음"이라며 "한 대의 차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특근 참여율이 90%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은 다른 작업장도 마찬가지. 도장부 박모(40)씨는 "4년째 여름휴가를 제대로 보내지 못해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차량 인도기간이 너무 길어 계약을 포기하는 계약자들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휴가를 반납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 회사의 여름 휴가기간은 27일부터 8월 4일까지 9일. 하지만 울산공장의 경우 전체 근로자 2만8,000여명중 1만여명이 2~3일씩 휴가를 반납하고 야간 특근을 자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예약된 차량이 20여만대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차량구입을 의뢰한 후 건네 받으려면 적어도 2~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물량이다. 이는 국내외 주문량이 쏟아지고 있는 데다 지난 5~6월 임금협상 과정에서 빚어진 파업으로 4만3,000여대, 5,500억원의 생산차질을 입었던 영향도 컸다. 설상가상 수출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 초 달러당 1,3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이 1,100~1,200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환율이 올 연말까지 이 상태를 유지하면 가만히 앉아서 5,000~6,000억원의 순이익을 까먹어야 할 판이다. 회사관계자는 "달러당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분기당 2,000억원을 손해 보는 것으로 분석돼 비상이 걸렸다"며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수출 차량대수를 늘려야 하는 형편"이라고 속을 태웠다. 이들이 이번 특근을 통해 생산하는 차량은 모두 1만5,000여대. 무더위로 야간작업만 가능해 많은 양은 아니지만 주야간 풀가동시 3일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승용3공장 공장장 김순화 상무는 "한 대의 차량 생산이 아쉬운 때에 직원들이 무더위 휴가까지 반납하고 출근해 회사도 감동 받고 있다"며 "고객들에게도 이 감동이전해질 수 있도록 하루라도 앞당겨 차량이 인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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