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대적 흐름"에 "내부거래 위험"도

■ 산업자본 금융지배 가속<br>대기업 증권사 금투사 전환땐 파괴력 상상 초월<br>일부선 "사실상 은행… 금산법취지 훼손 가능성"


국책 연구기관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따라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현상이 붕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라며 “자칫 재벌 계열사간의 내부거래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투자회사의 출현은 산업자본의 유입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조성훈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은 대기업의 유휴자금만 수십조원에 달한다”며 “금융투자회사가 성장할 경우 산업자본의 금융투자회사 유입은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휴자금, 재벌 금융계열사로 급속 이동=금융투자회사의 출현은 그동안 은행권에 머물던 재벌 계열 제조업체들의 자금을 옮기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A그룹의 경우 현재 10조원 이상의 유휴자금을 주로 주거래 은행에 예치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금융투자회사가 도래하면 결제 기능을 갖게 되고 이들 자금을 대거 자체 계열사로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 잘 보여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처도 은행에서 금융투자회사 등 자본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전망이다. 민간 금융연구소의 한 임원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는 자금의 이동에서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자본, 앞으로 은행 필요 없다(?)=자본시장통합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6개 금융업무간 겸영 가능 ▦금융투자상품의 포괄주의 ▦소액결제 기능 허용 등 3가지다. 법이 효력을 발휘하면 증권회사의 대형화를 통해 금융투자회사 출현을 유도할 수 있고 소액결제 허용으로 증권계좌의 ‘허브기능’도 대폭 강화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계좌가 소액결제 기능까지 갖출 경우 허브계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곧 고객 기반 확대로 이어지고 다양한 파생상품을 무기로 한 업무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대기업 계열의 증권사가 금융투자회사로 전환할 경우 파괴력은 더욱 크다. 계열회사의 월급통장을 증권계좌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 금융투자회사는 산업자본의 자금 유입에 제한이 없는 만큼 커진 자본금을 가지고 기업 M&A, 기업 인큐베이팅 기능을 훨씬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모건스탠리나 JP모건 정도의 규모로 금융투자회사가 성장할 경우 산업자본이 더이상 은행 등을 소유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셈이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말 그대로 삼성증권이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한다면 그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다”며 “자본시장에서 은행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않아도 소기의 목적은 모두 달성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금산법 취지의 훼손 논란=때문에 일각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내용으로 하는 금산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산업자본의 유입 제한이 없는 금융투자회사가 나중 기업 M&A 기능은 물론 월급통장 기능으로 일반 직장인들의 자금까지 끌어 모을 경우 사실상 은행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철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통합법은 금융의 큰 축을 장기적으로 은행ㆍ보험ㆍ금융투자회사라는 3대 축으로 균형 있게 육성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도 “자본시장통합법이 금산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며 “투자은행의 기능이 강화된다고 해서 금산법의 취지 훼손으로 본다면 자본시장의 발전은 없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은행의 경우 맡긴 돈이 고유 계정으로 전환돼 여신 등의 업무를 하게 되지만 금융투자회사의 경우 자기자본금이나 투자자금을 가지고 운용되기 때문에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런 논의와는 별개로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출현은 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외국계 투자은행과 경쟁 ▦금융부실 전이 ▦기업신용평가 체제 미흡 ▦서비스 전문성 부족 ▦금융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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