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대중화와 대중 영합적인 역사 해석은 구분돼야 합니다. 요즈음 드라마나 역사관련 책들은 적잖이 궁중 비사(秘史)나 음모 위주로 사건을 전개해나가는 데 치중해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아요." 역사학자 이이화(71) 서원대 석좌교수가 '인물로 읽는 한국사'(총 10권) 연작 중 첫 권인 '왕의 나라 신하의 나라'(김영사)를 발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나는 역사 대중화를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없이 상업적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데 치우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97년 '한국사 이야기'(총 22권, 한길사)로 한국사의 대중화를 일궈낸 그가 이번에는 역사속 인물로 시대를 이야기 한다. 그는 한국사 전체를 통틀어 260명의 인물을 선정하고 이들을 제왕, 위정자, 혁명가, 과학자, 종교가, 사항자, 개화기 지식인, 동학농민 전쟁 지도자, 독립운동가 등 주제별로 구분했다. 출판사는 주제를 기준으로 10월까지 매월 한권씩 발간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어느 시대에는 막된 인물로 치부됐어도 시대적 안목에 따라 평가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곱씹게 됐다"라며 "왕조시대에 역적으로 몰려 죽었으나 그런 인물의 저항이나 개혁의지가 오늘날에는 시대정신을 구현했다며 재평가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당대에는 충신으로 추앙받았던 성삼문, 역적으로 몰려죽은 허균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충신과 역적으로 구분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첫 권인 '왕의 나라…'에는 왕조와 운명을 함께한 제왕과 관료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역사 이해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정치가의 통치방식과 철학, 그리고 통치자의 행적을 알아보기 위한 시도다. 그는 "이번 책은 중고등학생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니까 역사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는 대학생이나 정치가 혹은 기업 대표들이 주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동학농민기념재단 이사장 등을 맡으며 목소리를 냈던 그는 "역사학자는 저술에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이제 사회활동을 접고 집필에만 몰두할 계획"이라며 "동학농민전쟁사, 신분제도사 등 아직 끝마치지 못한 공부를 하면서 역사적인 사건이 오늘날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