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8월 17일] '영화의 블루오션' 특수효과

어렸을 때 영화 '킹콩'을 보면서 '정말 이 세상 어딘가에는 빌딩보다 큰 킹콩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근래 리메이크된 영화에 비하면 조악하기 이를 데 없지만 동심의 눈을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가게 할 만큼 놀라움을 줬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좋은 영화는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잊게 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영화 속 세상에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그래야 놀라움ㆍ감동ㆍ환희 등 감정이입과 몰입이 가능하다. 어린이와 어른은 다르지 않다. 영화는 착각의 예술이다. 물론 영화에서 좋은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상상을 현실처럼 보여주는 특수효과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로

특수효과가 엉성하거나 조악하다면 아무리 스토리가 훌륭해도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느낌을 갖게 된다. 어설픈 특수효과를 사용한 영화는 관객들에게 바로 외면 받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할리우드 영화들로 관객의 눈높이가 무척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영화의 제작비용이 줄어들면 특수효과 관련 비용을 삭감하는 일이 있었지만 요즘은 특수효과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뿐만 아니라 멜로 영화에서도 특수효과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특수효과(SFXㆍSpecial Effects)는 주로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하는 디지털 분야의 VFX(Visual Effectsㆍ시각특수효과)와 폭발, 화염, 미니어처(miniatureㆍ축소모형)나 메이크업(특수분장) 및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를 포함하는 아날로그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각광 받는 3차원(3D) 입체영상 기술이 더해져 말 그대로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로 만들어지는 기술적 여건이 갖춰져 있다. 어떤 전문가는 특수효과를 '영상과 소리의 현실 너머로의 확장'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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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개봉해 34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의 흥행 돌풍에도 특수효과가 큰 몫을 했다. 총 제작비 중 상당 부분이 특수효과에 사용됐다고 한다. 할리우드 특수효과 팀의 도움을 받았지만 우리의 특수효과 기술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경쟁력도 갖춰가고 있다. 지난 5월 내한한 '해리포터' 등을 연출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해운대 등과 같은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만들었다면 비용이 10배는 더 들었을 것"이라며 "한국에는 창의적인 사람이 많고 비용 측면에서도 경제성이 있어 한국의 특수효과 회사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라남도와 여수시가 전남문화산업진흥원의 주관 아래 '여수 국제특수효과(SFX) 콩그레스 2010'행사를 기획해 주최하는 배경도 특수효과라는 틈새영역이 갖고 있는 킬러 콘텐츠로서의 경쟁력과 발전 가능성이다. 문화 콘텐츠 산업은 이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를 창조경제로 전환시키는 신성장 동력으로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특수효과는 미래 전략산업인 문화기술(CT)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게다가 여수는 '살아 있는 바다'라는 주제로 2012년에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천혜의 해양 자원과 이순신ㆍ거북선 등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역사적인 공간이어서 특수효과와 이러한 스토리들이 결합한다면 무한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향후 매년 '특수효과 콩그레스'를 개최하고 더욱 발전시켜 여수를 특수효과 분야의 세계적인 메카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경쟁력 업고 고부가 창출을

오늘 8월19~21일까지 열리는 '여수 국제 특수효과 콩그레스 2010'에는 '아바타' '캐리비안의 해적' 등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세계적인 거장들이 참석하고 애니매트로닉스ㆍ모션캡처ㆍ특수분장ㆍ미니어처 등 다양한 분야의 특수효과를 직접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돼 있어 전문가들은 물론 가족단위 관람객에게도 좋은 추억과 경험이 될 것이다. 올 여름 늦은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천혜의 자연환경과 특수효과가 만들어내는 '무한 상상의 세계'를 만끽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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