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금융시장은 17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에 대한 최후통첩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쟁이 단기에 끝나서 이라크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제거될 것이라는 기대로 분위기로 돌변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폭등하고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으며, 미국 국채(TB)와 금값이 하락세로 방향을 바꿨다. 뉴욕 증시의 블루칩 지수는 지난 12일 저점에서 10% 상승했으며, 국제유가는 몇주사이에 15% 하락했다.
국제금융시장의 기류 변화는 월가 투자자들이 전쟁을 하지 않는 것보다 전쟁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 전략가들은 중동전이 신속하게 끝날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전쟁후 미국 경제 회복 전망에 투자 포지션을 잡고 있다.
뉴욕 월가에는 지난주말 이후 이라크 고위 군장성들이 항복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아다녔다. 월가 분석가들은 이라크 군의 방위태세가 허술하고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증거로 포착, 전쟁이 조기에 종결될 것으로 진단했다.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정권에 이틀간의 시간을 주면서 이라크 군인들에게 정권을 위해 싸우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군의 반란을 유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월가의 주요 투자회사들은 지난주 S&P 500 지수가 800 포인트 이하로 내려갔을 때 매수 시기로 잡고 있었고, 당분간 주가 상승의 여력이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91년 걸프전때처럼 40% 가까이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유가가 배럴당 최고 70 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했지만, 최근의 정보로는 유가가 예상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허용키로 약속한 대가로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개전과 동시에 하루 300만 배럴 증산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와 국경을 대고 있는 쿠웨이트는 생산량이 하루 220만배럴에서 180만 배럴로 줄어들지만 베네주엘라가 쿼터량 이상으로 생산에 돌입하고, 미국이 전략비축유(SPR)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가 유전을 폭발시킬 경우
▲이스라엘 또는 쿠웨이트에 미사일을 공격할 경우
▲미국에 대한 테러가 전개될 경우
▲북한이 이라크 전을 틈타 핵 재처리시설을 가동할 경우 등이다. 부시 대통령의 개전 선언으로 전쟁을 할것인지, 연기할 것인지의 불확실성이 제거됐을뿐, 국제금융시장은 전쟁의 승기를 잡을때까지 새로운 불확실성에 사로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