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글로벌 반도체 기업 8개중 2~3개 퇴출 불가피"

■ 반도체 치킨게임 끝… "이젠 서바이벌 경쟁"<br>"수요·가격 어디까지 떨어질지 몰라" 삼성전자마저 손들어<br>내년 상반기 최악상황 전망속 업계 구조조정 가속화할듯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서바이벌 전쟁에 들어간 글로벌 반도체 업계 주요 8개 기업 가운데 2~3개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양대 부문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감산을 검토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시장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과거 위기를 맞을 때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상대를 압도하는 전략을 사용해왔지만 수요와 가격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는 현재 상황에서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감산 ‘초읽기’ 들어간 듯=지난해 4ㆍ4분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버텨온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올 4ㆍ4분기 적자가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4ㆍ4분기에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D램 주력 제품인 1Gb DDR2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고정거래가격이 1달러를 조만간 하향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물시장에서도 지난 10월 이후에만 가격이 35%가량 떨어졌다. 아무리 삼성전자라고 하더라도 생산원가를 낮춰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요 거래처로부터의 주문수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델 등 주요 D램 수요처는 2개월 전에 물량을 발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1월 이후에는 수량을 정해주지 않고 그때그때 물량을 받아갈 정도로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생산계획 수립에 상당한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감산을 발표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미국 쇼핑시즌의 결과를 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감산은 불가피하고 연말 연초 아니면 설 연휴를 택할 것이냐 정도의 시간 문제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전망도 ‘잿빛’=세계 반도체 업계는 내년 상반기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과거에는 수요가 좋을 때는 공급과잉이 해소되면 가격이 올랐지만 지금은 공급보다 수요가 더 빨리 줄고 있다는 것이다. 서도원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의 경우 내년 비트(bit) 성장률은 역사상 가장 낮은 35%에 그치고 평균판매가격(ASP)은 올해 대비 44%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3ㆍ4분기 이후에나 가격하락세가 진정되고 소폭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상황도 좋지 않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휴대폰ㆍ디지털카메라ㆍPMPㆍMP3 등 소비자가전 제품의 판매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화증권은 내년 낸드 플래시 시장 성장률은 올해 -17%, 내년 -29%로 전망하고 있다. 2007년 3ㆍ4분기 46억달러에 달하던 출하액도 내년 2ㆍ4분기에는 20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 구도 재편=적자가 지속되면서 D램 업체들의 재무상황도 최악이다. 2ㆍ4분기 말 D램 업체들의 순차입금 규모는 IT버블 붕괴로 업황이 최악이었던 2001년 3ㆍ4분기의 76억달러를 상회하는 87억달러에 이른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살아남은 업체들이 내년 3ㆍ4분기 이후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퇴출 위기에 몰린 세계 5위 업체 독일 키몬다의 세계 주요 사업장 인력 감원과 3위인 일본 엘피다의 대만 파운드리 공급업체 파워칩 인수 움직임 등은 업계 재편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결국 최강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2위 싸움을 벌이는 하이닉스와 엘피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이 메이저 업체로 살아남는 1강3중의 구도가 새로 짜여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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