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 지배의 제2금융권

재벌의 제2금융권 지배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증권 신용카드업은 물론 생명보험업과 투신업도 이제 5대그룹의 아성으로 바뀌어버렸다. 대기업의 은행소유가 금지되고 있지만 굳이 은행을 소유하려는 대기업은 없다. 제2 금융권만으로도 확실한 자금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증시가 활황세를 지속하면서 이같은 재벌의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주고 있는 곳이 계열 투자신탁회사 및 증권회사 들이다. 증시로 밀려들고 있는 시중자금의 절반이상이 재벌그룹계열 투신사와 증권사로 집중하고 있다. 이 자금의 상당수가 계열사 편법지원에 동원되고 있고 계열사 내부거래와 주가조작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피해는 중소기업과 선의의 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더구나 부실계열사에 대한 편법지원은 기업구조조정을 저해하고 있다. 수익증권 및 뮤추얼펀드 판매로 모은 돈을 계열사 증자에 적극 활용하는 것도 재무구조개선에 한몫하고 있으나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당초 약속한 자산매각은 하지않고 계열금융사의 시장지배력을 이용, 쉽게 증자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자금운용의 투명성 및 효율성 확보가 긴요하다. 여러가지 대책이 나올 수 있지만 당국이 일단 제 2금융권에 대한 재벌들의 경영지배구조 개선에 착수키로 한 것은 적절한 수순으로 평가할 만하다. 사외이사의 대폭 확충과 감사위원회를 도입해 재벌이 모은 돈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특정업체에 대한 투자한도와 자기그룹의 계열사지분 매입한도도 낮추어 투신사들의 자금운용범위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금운용에 대한 감독도 강화돼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재벌의 금융지배 폐해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재벌그룹의 제2금융권 소유를 제한하는 방안이 불가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런 상황까지는 가지않기를 바라면서 대기업들의 자성과 변화를 기대한다. 현재의 증시활황세는 5대그룹이 주도한 대형펀드들의 주도적 역할을 과소평가 할 수는 없다. 재벌그룹의 금융사들이 제2금융권의 선진경영화에 기여한 점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런 기여는 무시하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또하나의 재벌때리기란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경제회생과 선진경제구조 정착을 위해 재벌그룹들이 먼저 제 2금융권 개혁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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