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를 잡아라'올들어 일본의 백화점과 패션, 여행업계에서는 핵심 소비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M&D'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M&D란 어머니와 딸을 의미하는 'Mother and Daughter'의 머리글자. 50세 안팎의 어머니 세대와 20대의 딸을 가리키는 것으로, 모녀(母女) 고객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업계의 추세를 반영해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M&D가 주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불황에 빠진 일본 경제에서 그나마 소비를 주도하는 것이 이들이기 때문.
M&D에 의한 소비 진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자녀 키우기를 마친 50대 어머니의 경제적ㆍ시간적인 여유와 풍부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식ㆍ지혜, 20대 딸의 풍부한 감수성과 다양한 정보수집력이 한데 결집된 M&D는 일본의 개인소비를 되살리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백화점에서는 딸과 비슷한 옷차림의 중년 주부가 딸과 한 매장에서 함께 옷을 고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녀가 함께 대중가수의 콘서트장에서 열광하는 모습이나, 인기 배우의 사인회에 나란히 줄 서 있는 모습도 드물지 않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패션 등의 부문에서 어머니와 딸 세대간의 감각이 급속도로 근접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M&D 소비 증대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50대로 진입한 중년 여성이 기존의 중년층 문화보다는 젊은 세대의 문화에 동참함에 따라, 모녀가 행동을 함께하는 'M&D'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는 것.
가령 중년층 여성을 타깃으로 해 온 한 의류브랜드는 지난해 가을 이후 주요 고객층의 자녀 세대인 젊은 여성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한데 이어 어머니와 딸 세대가 모두 제품을 입을 수 있도록 사이즈를 갖춰 놓은 결과, 지난 여름까지 1년 동안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대형 항공회사인 일본항공(JAL)은 올해 해외여행 패키지상품의 광고에 20대와 50대 여성을 동시에 모델로 기용, 어머니와 딸이 함께 해외여행을 즐긴다는 설정으로 모녀 고객을 늘리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경제월간지인 닛케이(日經)트렌디는 분석했다.
이처럼 두 세대가 하나의 소비세력을 형성하는 것은 모녀간 뿐이 아니다. 완구업체인 다카라가 내놓은 히트상품인 '베이 블레이드'는 초등학생 남자아이들뿐 아니라 40대의 아버지 세대들에서도 인기를 누리며 부자(父子)가 함께 즐기는 장난감으로 자리를 잡은 바 있다.
베이 블레이드는 아버지 세대의 어린 시절 장난감인 팽이를 현대식으로 개조ㆍ개량한 것으로, 초등학생 뿐 아니라 어린 시절 향수를 느끼는 아버지 세대에서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두 세대가 같은 소비문화를 향유하는 새로운 기조에 발맞춰 두 세대를 망라하는 새로운 시장은 앞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 속에서도 불황을 모른다는 두 세대간 소비시장.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간에 일으키는 소비의 시너지 효과가 얼어붙고 있는 일본인들의 소비 심리를 녹일 수 있을 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쿄=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