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념논쟁 부추기는 영화감독협회

요즘 영화계가 때 아닌 이념 논쟁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원로 감독 중심의 한국영화감독협회는 최근 김대중 정부 때 설립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를 해체하고 영상진흥원을 만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구호는 지난 수년 매번 되풀이돼온 것이지만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영화계의 해묵은 갈등이 좌우(左右)ㆍ신구(新舊) 간의 정면 충돌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인엽 감독협회 이사장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10년간 정치권력과 결탁한 몇몇 영화인들이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영화인을 타도 대상으로 몰았다”고 비난했다. 협회는 또 영진위가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총 2,980억원을 집행했지만 특정 단체에 편중 지원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고 영화계 분열만 조장했다고 했다. 하지만 감독협회의 주장을 살펴보면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안정숙 영진위 위원장과 영화배우 문성근ㆍ명계남 등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이들이 ‘편가르기’에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문성근ㆍ명계남은 영화계를 떠나라”고도 했다. 협회가 이렇듯 ‘초강수’를 둔 것에 대통령직인수위를 의식한 나머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잘 알려져 있듯 이들은 ‘노사모’ 회원으로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을 옹호하고 홍보해왔던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영진위가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등에 영화 지원금을 불법으로 제공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불법 지원에 대한 증거자료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영진위를 해체하고 영상진흥원을 창설하라는 주장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협회는 현재 한국영화계가 극소수 정파의 영화 인맥들만이 그 혜택을 독점한 채 90% 이상의 영화인들이 ‘산송장’처럼 죽어지냈다고 했는데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억측에 가깝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현재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감독과 제작자는 노무현 정권에 줄을 잘 서서 1,000만 관객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는 영화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폄훼발언’이 아닐까. 물론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보수ㆍ우익 예술인이 상대적으로 소외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권교체기를 노려 좌우 이념 논쟁을 부추기는 언론플레이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꼼수’는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 비판과 주장에도 나름의 논리와 품격을 갖춰야 설득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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