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회

우리 국민은 참 잘 뭉친다. 큰일이 닥치면 너무나 멋지게, 일사분란하게 한마음 한뜻이 된다. 이런 민족적 장점이 잘 나타난 대표적 사례가 ‘평화의 댐’ 이나 ‘금 모으기 운동’이다. 북한의 수공을 막는다는 명분의 ‘평화의 댐’은 당시 국민학생부터 노인들까지 거의 전국민이 한 푼 두 푼 거둔 돈으로 세워졌다. 정치적 의도야 어떻든 간에 혼연일체로 뜻을 모은 국민들의 의지만큼은 감동적이었다. IMF 사태를 맞아 온 국민이 나섰던 ‘금 모으기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나 역시 대한민국의 저력에 가슴 뭉클하며 대열에 동참했다. 두 사례는 대한민국의 힘을 한곳에 집결시킨 역사적 대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그 당시 ‘평화의 댐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내지는 ‘금 모으기를 해도 실제 경제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당시 분위기라면 틀림없이 매국노 취급을 받았거나 돌팔매를 맞았을 것이다. 뜬금없이 과거 얘기를 꺼낸 이유는 지난해 우리 사회가 겪은 많은 의견 대립과 갈등 때문이다. 강정구 교수의 통일전쟁 주장이나 맥아더장군 동상 철거, 황우석 박사와 줄기세포 논란, 농민시위와 경찰청장의 사임, 사학법 개정 등 지난해만도 많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더 많은 대립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고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갈등은 ‘나와 다른 생각도 옳을 수 있다’는 원칙만 받아들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기 세계의 중심이다.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게 아닌가. 자기 세상이 중요하다면 상대방의 세상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게 당연하다. 내가 옳다고 믿는다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방도 옳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를 부정한 결과 극렬한 대립과 반목이 생기고 사이버상에서는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험악한 언사를 쏟아내는 세태가 빚어지고 있다. 새해에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의 생각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여유 있었으면 좋겠다. 평화의 댐이나 금 모으기 운동의 예처럼 엉뚱한 주장을 펼쳐도 돌을 던지지 않고 너그럽게 포용하고 보듬어주는 사회가 내가 바라는 2006년의 대한민국이다. 하긴 나 자신도 30년 가까이 붙어 있는 집사람과 가끔씩 부부싸움을 한다. 서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대부분의 부부싸움은 피할 수 있을 텐데. 갑자기 유행했던 “너나 잘 하세요”라는 영화 대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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