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을 좀 짜게 먹었나. 아이, 목 말라.』 王여사가 『깐돌아~』하고 부르자 잽싸게 침대 곁으로 바짝 다가서는 깐돌이 녀석.王여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부탁한다. 『물 한 잔만 마시자. 아주 시원했으면
금상첨화겠지…』 깐돌이는 금새 5℃의 냉수를 쪼르르 쏟아낸다. 깐돌이는 정수기능과 공기청정기능을 갖춘 웅진코웨이의 대표 모델. 인공지능에 음성인식까지 가능한 로봇형 제품이다.
올들어 국내 정수기 시장을 완전 석권하여 서울경제신문을 비롯하여 모든 경제지에 히트상품으로 선정되는 개가를 이뤄냈다.
『아이들이 좋은 것 많이 구경하고, 재미있게 잘 놀고 있는지 모르겠네』
사흘째 유럽을 여행하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王여사는 거실 창에 있는 커튼을 젖힌다. 웅진코웨이 주식이 코스닥에 등록했을 때 사둔 우리 사주가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급등하여 제법 재미를 보았다. 王여사는 여윳 돈이 생기자 두 아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유럽여행은 보내 주었다.
王여사는 약간 허전한 마음을 느끼면서 창 밖을 본다. 천고마비의 계절에도 서울의 가을 아침 하늘은 뿌옇다. 그래도 실내 공기는 아주 쾌적하게 느껴진다. 깐돌이가 밤새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 정화시켜준 덕이다.
『이제 일을 슬슬 시작해 볼까.』 물 한 잔과 함께 한 잠깐의 상념을 접어두고 PC 앞에 앉은 王여사.
『왜 진작 이런 물건이 있는지 몰랐을까요?』, 『이렇게 좋은 제품을 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레이지아로 이민간 언니네 집에 한 대 사주고 싶은데 빨리 계약해 주세요.』 전원을 켜자마자 세계 각지에서 온 전자우편이 쏟아진다.
王여사는 간단히 훑어본 뒤 어제 계약한 400대의 제품이 잘 설치되었는지 일일히 점검한다. 이어 아프가니스탄 지사에 물량이 부족하다더니 이상 없이 공급되었을까 궁금해서 그 곳부터 조회를 시작한다.
『좋아, 완벽해. 그럼 오늘은 어느 나라 누구의 PC를 방문해서 물건을 팔지?』 방문 판매 역사 20년을 자랑하는 웅진코웨이, 이젠 가정도 사무실도 아닌 개인 컴퓨터를 방문하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王여사는 오늘도 최소 400대는 팔 욕심으로 사이버 사냥을 나간다.
강창현기자CHK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