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삼성 전환사채 유죄판결의 파장

5년여 동안 변칙상속논란을 빚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의 불법여부가 1심에서 유죄판결로 일단 결론이 났다. 서울지방법원은 어제 삼성에버랜드 전ㆍ현직 사장인 허태학ㆍ박노빈씨에 대해 배임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가 고발한지 5년4개월 만에, 검찰이 기소한지 1년10개월 만에 삼성그룹의 변칙상속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삼성은 일단 항소한다는 방침이고 최종심까지는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삼성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도 있어 주목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릅의 사실상 지주회사격으로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가 삼성생명과 전자 등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96년11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125만주를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4남매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에버랜드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느냐, 또 이 회장의 지시 및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느냐의 여부였다. 법원은 일단 삼성에버랜드 경영진이 지난 96년 11월 최소 주당 8만5,000원인 에버랜드 전환 사채 125만여주를 주당 7,700원에 이재용씨 남매 4명에게 배정해 회사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했다. 그러나 삼성의 주장은 이와는 달라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법률과 국민정서 사이에서 적지않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변칙증여라는 비난을 사고 있긴 하지만 삼성은 정당한 법적절차를 거쳐 최대한 절세하면서 주식을 상속했다고 할 수 있다. 도덕적인 기준과 법적인 잣대는 다를 수 있는데도 국민정서를 감안해 유죄판결을 내린 인상이 주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칙적인 상속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삼성 역시 국민적인 관심사에 대해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대응하다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국민의 기대가 법률과 제도차원을 넘어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