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송현칼럼/7월 19일] 美 경기부양 실패가 주는 교훈

이 종 열 Pace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보통의 절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내년에 들어올 가계 수입이 신통치 않을 거라고 예상하면 지금 생기는 돈을 쓰지 않는다.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데 쓰지 쇼핑몰에 가지 않는다. 어느 정부나 경기 회복에 전력을 쏟고 싶으면 장기적인 감세 정책으로 일반이나 가계에서 “아, 내년부턴 세금이 줄어서 가처분 소득이 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돈을 쓰게 된다. 내년부터는 세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세금 환불 수표가 왔으니 쇼핑 가자는 마음은 정말 철없는 젊은 이들이나 무책임한 가장들에게서나 볼 수 있지,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지 않는다. 미국 경제가 오바마 행정부 경기부양책으로 불경기에서 빠져 나올 것 같다고 믿는 이들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도 느리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오바마 정부가 엄청난 첫 번째 부양책으로 7,000억불이 넘는 예산을 썼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자 또 다른 경기부양책 들먹이고 있지만 집권 민주당 쪽 의원들에게서 나오는 반응도 신통찮아 의회 협조를 받기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 적자를 해결하자는 쪽으로 중장기정책 방향을 잡은 유럽각국에게서는 물론 G20회의에서 동조를 받지 못했다. 엄청난 재정지출에도 경제가 드러나게 호전되지 않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미국 경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나온다. 단기적 경기처방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교훈은 케네디 행정부 때나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감세에 대한 결과를 보면 된다. 1980년대 초반 레이건 행정부에서 시행한 감세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 것처럼 눈 가리고 아웅 식이 아니었다. 그 때는 개인과 법인세를 장기적인 정책의 틀 안에서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는 수준까지 내려버렸다. 누가 봐도 “이 정부는 감세와 비관료적인 체질을 가진 비즈니스 친화적 정부이구나”라는 믿음을 줬다. 장기 세율을 인하하니 사람들이나 기업들이나 미래의 소비와 투자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엄청난 재정적자가 있는 현실에서, 비효율적인 재정지출을 중심으로 예산을 키워나가는 행정부라면 경기부양을 한다고 해도 한시적으로 감세로 돌려주는 돈이 얼마 된다고 사람들이 돈을 쓰겠는가. 내년부터는 중산층의 세금까지 오를 것이 명약관화한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만 가득한 현실에서 그런 경기부양 재원이 어떻게 경기에 도움이 되게 쓰이겠는가. 아직도 기회만 있으면 지난 날의 신통찮은 정책이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변명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1년 반 동안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는 집권1년 이후 카터 행정부시절의 불경기에서 벗어나는 가시적 성과가 누구의 눈에나 쉽게 보였었다. 경제가 10%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지금 한국도 유럽 재정 문제에서 곧 자유롭지 못한 시절이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중인기 영합적인 공격에 허둥대면서 재정 지출을 자꾸 늘리는 현실은 앞으로 한국경제의 방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장기적인 재정방향에 대해서 정부에서 확신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건전 재정을 추진해 나가는 뚝심이 아쉬운 시간이다. 뚝심 있는 정책이라고 같은 당의 생각이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노력 없이 그냥 밀어 붙이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지 못하다. 필자가 금융계의 존경 받는 분에게서 들은 “섬김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가 지금인 것 같다. 야당보다 더 야당같이 되어버린 것 같은 당내의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어디 이념이나 출신에서 그렇게 다른 이들인가. 힘이 있는 사람은 너그러울 수 있다. 한번 감싸 안으라. 그러면 정치도 경제현안도 훨씬 쉽게 풀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필자는 한국에서도 경제정책이 건전한 이념에 따라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편성되었으면 좋겠다고 믿고 있다. 대중인기 영합적으로 단기적으로 허둥대다간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국민 여론이나 정책입안에서 60%의 성공을 목표로 하라. 100% 성공이란 없다. 불확실성을 없애고 사람과 경제가 믿고 따라올 수 있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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