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래 조각전 사비나미술관 20일까지<br>신옥주 개인전 김종영미술관 내달15일까지
| 이길래 '소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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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옥주 '지혜의 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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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차고 무거운 쇳덩이로도 나무를 기르고, 꽃을 피워 생명을 불어넣는다. 개인전을 열고 있는 중견조각가 이길래와 신옥주는 조각이 숙명처럼 안고 있던 중량감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간감을 확보하고 여백의 미를 보인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파이프로 만든 소나무 벽화=이길래 조각전이 한창인 사비나 미술관은 소나무 숲이다. 2001년부터 동파이프 가공 작업에 심취한 작가는 이를 얇게 단면으로 잘라 타원형을 만든 뒤 용접해 붙여 소나무를 만든다.
작품은 속이 꽉 찬 일반적인 조각과 달리 윤곽만이 살아남은 형태가 된다. 작가의 노고가 담겨 다닥다닥 붙은 파이프 단면은 적송의 비늘처럼 운치 있고, 그 구불구불한 곡선미는 수묵화의 필치만큼 힘차다.
전시장 가운데 자리잡은 대형 입체 조각은 인체와 소나무를 중의적으로 보여주며, 벽면에 설치된 부조는 통일신라 화가 솔거의 벽화를 상상함 직하다. 작가는 제작에 앞서 정교한 스케치로 형태를 구상하는데 지하 1층 전시장에 완성도 높은 드로잉 작품들도 걸려있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02)736-4371
◇육중한 철판을 종이처럼 자유자재=신옥주의 개인전이 열리는 김종영 미술관 1층 전시실은 아기자기한 꽃밭과 다름없다. 조각의 형상이 꽃이란 뜻은 아니다.
시멘트를 뚫고 올라온 듯한 직선과 곡선들에 풀꽃 같고 잡초 같은 생명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철판을 자르고 구부려 만든 소형 작품 30여 점이 바닥에 설치돼 있고 관람객은 그 사이를 거닐며 음미할 수 있다.
또 높이 180㎝이상의 대형조각은 율동감으로 살아 숨쉬는데, 두께 7㎝ 육중한 철판이 아니라 종이를 오려 만든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신옥주의 작품은 조각이라기 보다는 정갈한 문인화나 날렵한 드로잉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선과 여백이라는 회화적 요소를 살려냈다.
작가는 “양감으로 채우는 것이 아닌 ‘비움’을 추구했고 그 여백의 공간을 오가며 터득하기를 바래 작품 제목을 ‘지혜의 문’으로 지었다”고 소개했다. 김종영 미술관이 매년 2명씩 선정해 지원하는 ‘오늘의 작가전’의 일환으로 5월15일까지 전시된다. (02)3217-6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