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마음 떠있는 청와대 참모들

임기 말이면 항상 이래야 하는 걸까. 요즘 청와대 참모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뭔가 붕 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임기 말 증후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돌아가는 분위기가 썩 개운치 않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벌써부터 주소를 옮기고 표밭갈이에 나선 참모들이 눈에 띄더니 최근에는 청와대가 정치권 출신 직원들을 대상으로 ‘언제 그만둘 것인가’를 조사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물론 이들이야 태생이 정치인이니 임기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 옆을 지켜주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지 모른다. 대통령부터 필드(선거판)의 선수로 뛰고 있으니…. 수석ㆍ보좌관급의 고위 참모, 특히 관료 출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는 고도의 정책 전문성을 가지고 대통령이 채우지 못하는 정책을 입안ㆍ실행하는 역할이 주어져 있다. 업무의 연속성으로 따지면 정치인 참모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헌데 근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적지 않다. 공식석상에서까지 “○○○도 장관 한번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온다. 비서관ㆍ행정관들마저 이를 당연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대통령의 참모가 부처 장관으로 가는 징검다리쯤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정권은 유한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모습도 무조건 나무랄 일은 아닐 것이다. 관료가 된 이상 ‘정승 자리(장관)’에 욕심내는 것은 인지상정이니까. 그러나 설령 이런 모든 점을 양해하더라도 지금 청와대 참모들이 이런 사심을 드러내놓고 외칠 만큼 스스로의 업무 수행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는 되짚어볼 대목이다. 청와대는 항상 그랬듯 부인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을 향해 ‘노(NO)’를 외치는 참모들은 보기 힘들다. 기자실 문제는 그렇다 치고 선거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대통령이 극언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이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는 참모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심하게 표현하면 참모들 전체가 홍위병이 된 듯하다. 대통령 임기는 이제 8개월 남았다. 대통령에게 국가 이익 차원에서 직언을 하고 사라질 수 있는 참모가 멋진 참모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