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롯데와 울산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지난 96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고향인 울산에 롯데라는 브랜드가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울산공용터미널 민자유치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울산이 광역시 승격을 앞둔 시점이라 롯데 측으로서는 당연히 시장진출을 시도한 것이겠지만 당시 울산 시민들은 롯데를 진정 기쁜 마음으로 맞아들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롯데는 울산 진출 이후 백화점과 호텔, 할인점에 이어 지난해에는 중견 화섬업체인 KP케미칼㈜을 인수했다. 여기다 국내 3대 정유회사인 에스오일 인수에도 나서는 등 울산 지역에 대한 기업투자를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다. 울산에서 터를 닦아 성장가도를 달린 대다수 대기업들은 지역에 대한 아낌없는 사회공헌 투자로 갈채를 받았다. SK는 고 최종현 회장 시절부터 울산 시민들을 위한 사회환원 사업을 펼쳐 울산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됐다. SK가 2,000억원대의 울산대공원을 조성,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돌려준 사례나 지난해 SK가 소버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을 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SK주식 사주기 운동’을 벌인 일들은 지역사회에서 뜨거운 감동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롯데가 울산에 첫발을 디딘 후 10년이 흐른 지금 시민들 사이에 팽배한 ‘반롯데 정서’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 지역이 배출한 재벌이었음에도 고향을 위한 투자는 보이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한 투자만 넘치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롯데는 96년 울산공용터미널 민자유치사업자로 울산에 진출할 당시부터 ‘특혜’ 시비로 곤욕을 치렀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경쟁사를 따돌리고 단독 응찰했던 롯데가 사업자로 선정된 점이나 설계변경을 통해 당초의 공용시설을 축소, 레저 판매시설을 늘리는 등의 혜택을 본 일들이 아직도 시민들 머리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최근 롯데그룹과 울산시 사이에 빚어지고 있는 ‘빅딜’ 논란도 롯데에 대한 울산 시민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 때문이라는 여론이 많다. 신 회장은 해마다 연말이면 고향에 와서 새해 인사를 나눈다. 울산 시민들이 ‘그룹총수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을 가슴에 담을 수 있도록 롯데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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